현행 농약 등 잔류허용기준은 업체가 관련 자료를 제출해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제품등록을 완료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각 기관이 등록심사 과정에서 실시한 평가결과를 제출 받아 설정하고 있다.
즉 농축산물에 관한 사항은 농진청 및 검역본부 소관이고 식품 내 잔류허용기준 설정은 식약처 소관이어서 농약이나 동물용 의약품에 대한 제품 등록과 이들의 식품 내 잔류허용 기준 설정부처가 이원화돼 있는 상황이다.
농진청은 업체가 제출한 자료 중 상당 부분은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고 대부분 선진국은 농약 등록 및 잔류허용기준 설정 업무를 등록관리 부처에서 일원화해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농진청이 자체 실시한 위해성 평가 결과보고서 요약본을 식약처에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위해성평가 결과보고서 요약본만으로는 잔류허용 기준을 평가, 설정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부족한 자료를 업체로부터 직접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항을 지난해 4월에 고시를 통해 규정, 사실상 농진청과 중복되는 행정절차를 명문화 했다.
이에 따라 농약 제조업체는 두 기관에 많게는 수천장에 달하는 자료를 반복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잔류 허용기준설정 지연에 따른 경제적 피해 등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인 역시 이러한 불필요한 중복 행정절차로 인해 제때 필요로 한 작물보호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점까지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진청은 농약에 관한 사항은 농식품 소관 ‘농약관리법’에서 규율하고 있으므로 통일적 업무를 위해 잔류허용기준의 설정요청 및 자료제품에 관한 사항은 ‘식품위생법’이 아닌 ‘농약관리법’에 규정하는 것이 마땅하고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식약처장이 농식품부장관과 협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어 ‘식품위생법’에 규정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식약처는 농약사용 등록과 잔류 허용기준 설정은 ‘농약관리법’과 ‘식품위생법’으로 별도 관리되고 있는데도 농진청이 업체로부터 제출된 자료를 임의로 평가, 그 결과 요약본만을 제공하고 있어 안전성 평가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극한적 대립을 보이고 있다.
양기관의 이러한 대립각은 농약 등의 잔류허용기준설정 업무가 농진청 중심에서 식약처 중심으로 개편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기관간 헤게모니 싸움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농약 자체의 안전성 평가는 농진청이 담당하고 농약 잔류 위해에 대한 판단은 식약처에서 담당하는 것에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기관끼리 자료 협조 등 업무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기관간 다툼으로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담당업무에 대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농진청의 행태나, 정부기관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검증해 만든 자료를 신뢰하지 않고 또 다시 외부용역기관을 통해 검증하려 드는 식약처의 모양새 모두 올바르지 않다.
전문성을 갖춘 두 기관이 평가기준을 합의해 통합된 기준을 마련하고 농약 등록과 잔류허용기준이 평가절차를 일원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행정업무는 행정소비자를 위한 것이지 행정당국을 위한 자리싸움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