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시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를 확보했으며 2004 재협상에서는 매년 의무수입 쌀 물량을 2만톤씩 늘리는 대신 2014년까지 쌀 수입 개방을 미루기로 했다. 즉 쌀 관세화 유예조치를 인정받아 매년 최소시장접근물량(MMA : Minimum Market Access)물량을 2005년 22만5000톤에서 매년 2만톤씩 증량해 2014년에는 40만9000톤까지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유예기간이 만료된 후 2015년부터는 추가 연장이나 관세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심재권 의원(민주, 강동을)에게 제출한 ‘2014년 쌀 관세화 만료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쌀 관세화, 즉 수입 전면 개방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외 쌀값 차이가 줄어들고 매년 쌀 의무수입물량 증가로 인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다 쌀 자급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경우 쌀 수입 개방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WTO(세계무역기구) 의무면제(Waiver) 획득을 통한 추가 연장은 WTO 전체 회원국 157개국의 4분의 3이상의 찬성확보가 필요한데 이 또한 쉽지 않으며 2014년 관세화 유예 추가 연장조건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대가 지불이 필요하다는 해석에서다.
물론 쌀 관세화 유예 추가 연장을 할 경우 MMA물량 외에 추가 수입이 없어 예측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고 향후 진행될 DDA(도하계발아젠더)나 FTA(자유무역협정)협상에서 쌀을 예외 조항으로 취급하는데 유리한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지난 2004년 당시 WTO농업협정 부속서 5 제8조에 근거해 쌀 관세화 유예를 받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필리핀 2개국이다. 필리핀은 재협상을 통해 7년간(2005년 6월~2012년 6월)까지 연장, MMA물량을 35만톤 증량하고 적용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했다.
또한 추가유예(2012년 6월~2017년 6월)를 위해 2012년 3월 WTO상품무역위원회에 의무면제를 신청, 이해당사국들과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필리핀과 우리나라는 쌀산업관련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필리핀은 1992년 이후 만성적인 쌀 부족국가로 최근 매년 100만~200만톤 수준의 쌀을 수입하고 있으며 현행 MMA물량인 35만톤 보다 더 늘리더라도 수급관리에 부담이 없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쌀을 자급하고 있으며 추가 유예협상을 통해 MMA물량이 늘어날 경우 수급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돼 실익이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쌀 관세화는 쌀 시장을 개방하는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국제적 쌀 수급상황, 농업계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부가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3~4년전 쌀 조기관세화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을 때 눈치만을 보며 실행에 옮기지 못해 MMA 물량만 늘려왔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이에 대한 정책판단을 내리고 관세화 시 관세상당치 계산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세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는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이에 대한 정책추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