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산업이 매우 어렵다. 국제곡물가격 고공행진에 따른 생산비 급증, FTA(자유무역협정) 확산과 사육마릿수 과잉에 따른 수급불균형,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이라는 삼각파도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날 역시 밝지 않다. 대외적으로 축산 선진국과의 FTA협상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환경문제가 축산농가의 목을 날로 옥죄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축산업은 어디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축산 내부적으로는 생산성을 향상시켜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고품질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으로 수입축산물과 차별화해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리고 가축분뇨를 자원화해 축산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축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정부와 축산업계는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위한 해법을 친환경축산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축산은 환경을 개선하거나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보다 환경오염을 덜 시킨다는 것인지?’ 개념 자체가 애매모호하다. 친환경농업육성법은 제2조에서 “친환경농어업이란 합성농약, 화학비료 및 항생제·항균제 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그 사용을 최소화하고 농업·수산업·축산업·임업 부산물의 재활용 등을 통하여 생태계와 환경을 유지·보전하면서 안전한 농산물·수산물·축산물·임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생태계와 환경을 유지·보전하면서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는 것을 친환경축산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개념이 명확하게 와 닿지 않는다. 여기에다 친환경축산을 하면 국내 축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비전도 제시해주지 못한다. 친환경축산이라는 개념이 애매모호하고 광범위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국내 축산업은 활로를 친환경축산이라는 애매모호한 개념보다는 보다 세부적이고 명확한 농장동물복지에서 찾아야 한다. 농장동물복지는 가축 중심, 즉 가축사육여건의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육여건이 개선되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가축분뇨에 따른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질병도 줄어들 게 돼 안전한 축산물 생산기반이 공고해진다. 구제역 등 악성질병이 발생할 때 마다 열악한 가축사육환경이 TV화면에 비춰지면서, 이를 본 소비자들은 축산을 외면하게 되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축산업에 농장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문제는 농장동물복지를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이다. 방목은 기본이고 수퇘지의 거세까지 자제하는 유럽식 농장동물복지는 어렵다. 유럽보다 느슨한 개념의 한국식 농장동물복지 개념을 확립하고 보급해야 한다. 마침 산란계에서 시작된 농장동물복지인증제가 지난 9월부터 돼지로 확대됐다. 다행스럽고 반길 일이다.

축산물 인증제도도 개편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농축산물 인증제를 단순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는 내용까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때마침 박근혜 정부의 농업농촌식품산업발전계획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동물복지인증제 도입도 포함돼 있다. 차제에 축산물 인증제를 ‘농장동물복지인증제’와 ‘유기축산인증제’로 단순화해 국내 축산업의 발전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1990년대 초반에 도입된 원유위생등급제와 축산물등급제는 원유의 위생수준 향상과 축산물의 고급화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원유위생등급제와 축산물등급제는 축산정책이나 제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증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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