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배추를 예건해 상자에 거꾸로 담고, 미세한 천공을 낸 비닐로 싸면 75일 동안 저장할 수 있다.” 지난 달 29일 포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한국수확후관리협회 공동주최로 열린 ‘배추 수급조절을 위한 수확후관리 워크숍’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처리과정이 좀 복잡해보이지만 배추를 75일 동안이나 저장할 수 있다면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무름병으로 저장이 어려운 고랭지배추도 차압식 예냉을 하면 6주 동안이나 저장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특히 6월초부터 말 사이에 수확하는 봄배추를 90일 동안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내년까지 개발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의해 제시됐다.

‘금배추’ ‘금무’ ‘금추’. 배추와 무, 상추 가격이 폭등할 때마다 언론매체를 장식하는 단어다. 이들 단어가 언론매체에 등장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농축산물유통구조가 도마 위에 올려지고, 몰매를 맞는다. 그 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무·배추 가격 폭등사태는 연중행사처럼 어김없이 매년 찾아왔다. 다행스럽게 올해는 금배추와 금무, 금추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농축산물 유통구조개선을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한 점도 없지 않지만, 자연재해가 없었던 게 결정적 요인이다. 이 얘기는 언제라도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배추와 무, 상추가 ‘금배추’가 되고, ‘금무’가 되고 ‘금추’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연재해에도 신선농축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단 한가지다. 평상시에 저장을 했다가 자연재해 등으로 공급부족사태가 발생할 때 저장물량을 푸는 방법이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농식품부는 무·배추 가격안정대책으로 저장시설 확대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인데, 이번에 개발된 봄배추를 75일 동안이나 저장하는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면 배추수급안정의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다. 내년에 봄배추를 90일 동안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그동안 골치를 앓아온 배추수급문제는 해결된다고 보아도 될듯하다. 6월에 봄배추를 저장해 9월까지 시장수급안정용으로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니까. 수확후관리기술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신선농산물은 수확 후 유통, 소비되는 과정에서 손실률이 30%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농민들이 피땀을 흘려 생산한 농산물이 30%가량이나 유통·소비과정에서 사라진다면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로 수확후관리기술이다. 이 기술이 발달하면 농산물 손실을 30%나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선농산물은 유통과정에서 부패되고, 오염돼 안전성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 같은 문제 역시 수확후관리기술이 해결해줄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창조경제 전성시대다. 어딜 가나, 누구를 만나도 창조경제 얘기는 약방에 감초 격이고,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를 강조한다. 창조경제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 퇴물 취급받기 십상일 정도다. 경제행위는 기본적으로 부가가치창출을 목표로 한다. 누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느냐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수확후관리기술은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소비자에게 신선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든든한 주춧돌이다. 이 기술은 요즘처럼 배추 가격이 폭락할 때도 유용하다. 수확후관리기술은 농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 될 수 있다. 수확후관리기술이 더욱 다양하게 개발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더욱 다지고 정책적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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