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청마’의 해다. 올 한 해 농업계에도 드높은 기상을 가진 청마의 역동적인 기운이 널리 퍼져나가길 기원해 본다.
그러나 농축수산업계를 둘러싼 국내외 여건은 만만치가 않다. 해가 갈수록 개방파고의 여파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한 해 두 해, 해가 갈수록 이미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의 관세 인하 폭이 더 커지고 시나브로 국내 시장이 잠식되는 등 그 여파를 새록새록 실감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대형마트에서 동네 슈퍼까지 각국에서 들여온 수입산 농축수산물이 넘쳐나고 있다. 수입산을 주저하던 주부들도 이제는 아무 거리낌없이 수입산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연다. 이제는 으레 포도는 칠레산, 오렌지는 미국산, 키위는 뉴질랜드산, 쇠고기는 호주산이나 미국산, 돼지고기는 미국산이나 독일산을 의심없이 선택한다. 경기여파로 얇아진 지갑탓인지, 소비자들은 국내산보다 값싼 수입산을 선택하는데 더 이상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사실상 타결된 호주와의 FTA에 이어 올해에는 기존 FTA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농업계에 파급을 미칠 중국과의 FTA가 속도를 낼 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며, 그동안 주춤했던 캐나다, 뉴질랜드와의 FTA도 타결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뿐인가. 정부는 FTA보다 더 큰 폭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도 검토하고 있다.
또 올해는 쌀 관세화 유예 기간이 만료되는 해이기도 하다. 더 이상의 추가 유예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쌀시장도 개방의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시장개방 여파를 아직 뛰어넘을 준비가 덜 된 농축수산업계로는 이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데도 지쳐 허탈하기까지 하다.
정부가 농업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면 FTA와 TPP가입 이전에 농축수산업계에 실질적인 보완대책을 반드시 먼저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의 정책처럼 허울좋은 ‘숫자 놀음’이 아닌 제대로 된 선대책을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이다. 사상 최저 수준의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몇 십 조원을 투입한다는 식의 여론호도식 대책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산적한 통상현안 속에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분야에 대한 대책을 총체적으로 제시해 줄 정부 내 전담조직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지자체와 농업인 단체 등을 중심으로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기존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 차관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FTA국내대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조업과 통상업무를 총괄하는 산업부로서는 부처간 의견조율에 한계가 있을 수 있는 만큼 ‘FTA국내대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격상시키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농업분야를 챙기겠다’는 당초 공약을 이번 기회에 지켜주길 기대한다.
최상희 편집국 부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