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검색창에 ‘양파가격’을 치면 자동으로 ‘양파가격 폭등’이 생성된다. 배추가격, 마늘가격, 감자가격 역시 마찬가지로 ‘폭등’이라는 단어가 뒤따라 붙는다. 그동안 이들 품목의 가격폭등이 사회경제적으로 큰 문제였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2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에 첫 번째로 주문한 과제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이다. 복잡한 유통단계를 축소해 소비자는 값싸게 농산물을 구입하고,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팔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출이었다. 그 후 농식품부 주도로 대책이 마련돼 지난해 5월 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이 확정 발표됐다. 그리고 지난 2월24일 농식품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지난해 국정과제 성과로 “직거래 인프라 확충, 산지 조직화 등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으로 유통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봄철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배추가격을 필두로 감자가격, 마늘가격, 양파가격 폭락사태가 빚어졌다. 그동안 농산물가격이 폭등해 사회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됐었다면, 이번에는 채소류가격이 폭락하면서 생산농민들이 매일매일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난해 풍작으로 아직도 재고량이 많은 가운데 올해 생산물량이 본격 출하되고 있어 채소류가격 하락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이들 품목 생산농민들은 상경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농식품부도 산지폐기, 시장격리, 소비확대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힘이 부치는 듯하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된 가장 큰 요인은 기상상황이다. 지난 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던 데다 봄마저 한 달 가량 빨리 찾아오면서 생산과잉현상이 발생한 결과다. 사실 농산물가격 폭ㆍ등락의 가장 큰 변수는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다. 반면 소비는 감소했다. 그렇다고 작금의 채소가격 폭락 사태를 기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재배면적의 증가도 한몫을 했다. 재배면적 증가는 농업관측 작성과정이나 전달과정에서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정부가 지난해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로컬푸드와 꾸러미 등 새로운 직거래 유통채널이 탄생하고, 도매시장에서도 정가수의매매 등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지만 아직은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지난해 5월 발표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은 아직 완료된 게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대책 하나로 농산물 유통구조가 확실하게 개선될 거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농식품부에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첫 번째 과제로 주문하는 일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미 그 전에 해결됐을 테니까.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은 조급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소비자, 정부-유통주체, 정부-생산농민, 소비자-유통주체, 소비자-생산농민, 유통주체-생산농민 간 신뢰가 형성돼야만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은 완료됐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게 소통이다.
작금의 마늘가격 폭락사태를 놓고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농식품부와 생산농민 간에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농식품부는 가격폭락사태를 겪고 있는 마늘이 오는 6월부터는 안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쩌면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도 들린다. 반면 생산농민들은 수확기가 되면 가격이 더욱 폭락할 것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6월이면 알게 되겠지만 그동안 정부와 생산자 간 충분한 소통을 통해 돈독한 신뢰관계가 이뤄졌다면 작금의 마늘가격 폭락사태로 인한 생산농민들의 상경 시위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은 시작도 소통이고, 종착점도 소통이다. 조급증은 조급증만 더 키운다. 소통하고 또 소통하면서 문제를 하나하나씩 풀어가는 게 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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