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외환보유고 지난 8월말 현재 3조9천932억 달러, 세계의 공장에서 시장으로…
바로 중국을 지칭하는 경제지표이다. 이런 중국과 FTA(자유무역협정)협상이 한창이다. 중국 정부가 오는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타결 선언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국내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농후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국기업연합회는 지난달 1일 중국 충칭에서 양국 경제인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9차 한중재계회의’를 열고 한·중FTA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중국과 FTA를 하면 일반적으로 ‘제조업 수혜, 농수산업 피해’라고 인식돼왔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중국과 FTA협상에 나선 이유도 농수산물분야는 피해를 보더라도 제조업분야에서 무역흑자를 많이 올려 나라 전체적으로 이득을 누리자는데 있다. 여기다 북한과 대치하는 국내 상황도 변수로 작용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활짝 열려 있었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액이 1458억3700만 달러로 대미국 수출 620억5600만 달러를 배 이상 앞질렀고, 무역흑자규모도 627억9900만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양국 간 교역상황이 크게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주요수출품목인 스마트폰으로 통칭되는 무선통신기기를 비롯해 자동차부품, 섬유류, 전자제품 수출이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선박류와 액정디바이스 역시 대중국 수출에서 이상신호가 강하게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제조업이 빠르게 발전한 결과다. 중국의 무선통신기기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오히려 국내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보도도 연일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지속돼온 한·중 간 교역패러다임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마저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쯤 되면 한·중 FTA가 꼭 ‘대박’만은 아닐 듯하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농수산업만이 아니라 제조업까지 피해를 입게 되는 ‘쪽박’이 될지도 모른다.
화들짝 놀란 한국무역협회는 급기야 지난 7일 ‘한·중 FTA 재계연합’ 발족회의를 겸한 1차 실무회의를 열었다. 이 연합은 한·중FTA협상에 대해 산업계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공식 협력채널이란다. 한국무역협회는 이 같은 소식을 알리면서 “한·중 FTA 협상은 그동안 농수산물 등 민감 품목의 보호에 더 치중한 경향이 있었다”며 “우리의 주력 수출산업인 제조업·서비스 기업의 이익을 협상에 적극 반영하고 협상정보를 공유·피드백 함으로써 FTA 협상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FTA를 하면 피해를 입게 될 농수산물분야는 이제 그만 뒤로 미루고 제조업과 서비스기업의 이익에 앞장서라고 정부에 압력을 넣고 나선 것이다. 이 시대 화두인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진다. 어불성설이다.
한·중FTA는 국내 농수산업에 치명적이다. 설상가상으로 국내에서조차 농수산물분야보다 제조·서비스분야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으니 농수산업의 앞날이 막막할 따름이다. 그동안 농민들이 한·중FTA를 중단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한 이유를 만천하가 알만하지 않은가?
앞으로가 중요하다. 중국은 세계의 시장이니까 FTA만 하면 이득이 된다는 안일한 사고는 금물이다. 중국의 제조업 성장세는 언제 국내 제조업을 앞장설지 모른다. 정부는 이 시점에서 한·중FTA의 이해득실을 다시 꼼꼼하게 따져보고, 막판협상에서 농수산물분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제조·서비스분야에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협상을 주도해야지 끌려가는 입장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올해 안에 타결이 아니라,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자세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