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보면 인간문명이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지 걱정 아닌 걱정을 하게 된다. 하느님의 영역에 속하는 생명체의 합성까지 인간이 안하는 게 없다. 이처럼 눈부신 인류문명의 발전은 어디에서 왔을까? 불의 사용, 문자의 발명, 디지털 기술의 발전 등 많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오늘은 시장이 우리의 삶에 미친 영향과 그 시장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시장은 상품을 사고파는 곳이다. 처음에는 각자가 만든 것을 서로 바꾸어 쓰는 물물교환 형태로 시작됐다. 시장은 소위 사회적 분업의 결과물이다. 어떤 사람은 명품 쌀을 열심히 생산하고, 또 어떤 멋진 옷을 열심히 만들고 그래서 각자 만든 것을 시장에 가지고 나가서 팔고 자신의 삶에 필요한 다른 생필품을 구입한다. 만일 혼자서 모든 것을 다 만들어 써야 했다면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삶은 원시시대와 별로 다를 것이 없었을 것이다.
시장은 물건을 팔러 온 사람, 사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결정한다. 그 하나는 경매방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수의계약, 즉 협상에 의해서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어느 방식이 더 효율적일까?
경매는 상품을 팔려고 하는 사람이 아주 많거나, 사려고 하는 사람이 아주 많을 때 효과적이다. 예컨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의 그림은 사고자 하는 사람이 아주 많기 때문에 경매를 통해 값을 결정한다. 농산물의 경우에도 출하자나 구매자들의 숫자가 아주 많으면 경매를 통해 값을 매길 수 밖에 없다. 덩치 작은 수많은 출하자와 구매자들이 개별적으로 만나 가격을 협상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 경매방식은 가격결정 과정이 투명해 당사자들이 이를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의계약으로 값과 물량을 정하는 방식도 나름대로 장점을 갖고 있다. 덩치가 커진 산지의 농산물출하조직이나 소비지의 대량수요처에게는 경매를 통해 농산물을 사고파는 일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시시각각으로 가격이 변하고, 또 물량을 안정적으로 판매 또는 구매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경매가 이루어지는 시각에 도매시장은 또 얼마나 사람과 차량으로 복잡한가! 그래서 덩치 큰 출하자와 구매자는 수의계약으로 값과 물량을 정하고 안정적으로 거래하는 것을 선호한다. 선진국에서 경매가 줄어들고 수의계약 거래가 크게 증가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은 땅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기술의 발달은 오프라인 시장에 못지않은 온라인 시장을 만들었다. 이제 시장에 직접 가지 않고 온라인 공간에서 클릭 한 번으로 상품을 팔거나 살 수 있다. 택배서비스의 발달과 함께 온라인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우리의 도매시장도 온라인 시장을 함께 열어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시장은 고정돼 있지 않다. 부단히 시대여건에 맞춰 그 모습을 바꾼다. 누가 인위적으로 그 모습을 바꾸기도 어렵다. 물처럼 끊임없이 그 모습을 바꾸며 흘러간다. 가다 막히면 잠시 고여 있다가 때가 되면 막힌 곳을 우회해서 돌아간다.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경매방식이 매우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언젠가는 출하자나 수요자들이 다른 방식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면 시장 역시 그만 도태되고 만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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