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최단기간 선진국 반열에 든 이례적인 국가이며 가장 빠른 시간 내에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에서 벗어난 국가다. 이러한 저력의 원동력은 ‘사람’이라고 풀이되고 있다. 열악한 부존자원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국민의 굳건한 의지가 이 같은 성과를 이뤘다는 것이다.

  이는 농업에도 적용된다. 최근 농업은 FTA(자유무역협정),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개방화의 물결 속에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심각한 고령화로 유연한 대응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먹거리 창고,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FTA 위기지만 기회로 삼아 20년 뒤엔 1000억 매출 달성 목표

  경북 청송에서는 사과 직거래로 연매출 2억원을 달성하는 젊은 농부가 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2002년 21살, 어린 나이에 고향인 청송으로 내려와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했다는 김형구 청송 친환경 사과농장 대표는 2007년 후계농으로 선정,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5800만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9900㎡(3000평) 규모의 사과농장을 조성했다. 이렇게 시작된 사과재배는 현재 33000㎡(1만평) 규모로 확대됐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초기 정착기 지원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대표의 올해 목표는 택배 5000박스 발송과 사과따기체험 등 6차산업화 확대다. 20년 뒤에는 연매출 1000억원 달성을 꿈꾸는 김 대표는 ‘가치’와 ‘건강’에서 농업의 비전을 찾고 있다.
  FTA 등 개방화로 농업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지만 농업만의 힐링, 향수 등의 ‘가치’와 농업이 제공하는 영양은 물론 건강한 이미지가 농업의 미래를 지탱해줄 것이란 믿음에서다.
  김 대표는 “FTA는 우리나라 농업에 많은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되지만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며 “생산만 하던 1차산업에서 2차인 가공에 이어 3차 체험까지 연계한 6차 산업화로 경쟁력을 갖추고, 자신만의 독특한 농업방식을 개발한다면 충분히 대응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비는 줄이고, 품질 높여 농업 경쟁력 제고해야

  김 대표의 이러한 자신감은 소비자의 요구와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한 노력, 품질로 승부한다는 자신감과 끊임없는 연구가 밑바탕이 되고 있다.
  그는 관행농업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 사과를 재배하기 시작한 초기부터 차별화를 시도했다. 청송이 사과로 유명한 산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농산물우수관리(GAP)의 전신인 종합병해충관리(IPM)를 시작,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약제도 초저농약을 사용하며 농약 살포를 관행농법의 반으로 줄여 저농약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는 청송지역 20여 농가의 GAP인증을 도왔으며 청송군 모든 농가가 GAP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농장 이름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사과로 유명한 청송이라는 지명에 ‘친환경’을 붙여 ‘맛있고 몸에 좋은 사과’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청송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사과 품종별, 작기별 생산성 연구를 진행, 시험포를 운영하며 보다 건강하고, 몸에 좋은 사과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재배와 관련한 연구는 농가의 일과 약제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표이자 소비자에게 보다 맛있고, 품질 좋은 사과를 공급하기 위함이다”며 “생산비를 줄이고, 소비자에게는 고품질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이 농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동일 가격에 고품질 사과 공급…소비자 편의·신뢰 제고

  생산과정에서의 연구와 까다로운 품질관리를 하는 만큼 소비자의 만족도도 높다. 특히 수확 시에는 조그만 결함도 용납지 않는다. ‘그 아까운 것을 왜 버리냐’는 주변의 목소리에도 품질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게 김 대표의 뚝심이다.
  또한 김 대표는 소비자가 편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생과 직거래 가격을 고정시켰다. 매년 산지 사과가격 등락이 있지만 소비자가 ‘사과는 한 박스에 얼마다’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고정시켰다는 것이다. 그 결과 청송 친환경 사과농장을 찾는 소비자는 시세와 상관없이 동일한 가격에 품질 좋은 사과를 구매할 수 있어 신뢰도도 높아졌다.
  이러한 고집 때문일까. 청송 친환경 사과농장을 찾는 소비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인터넷 판매, 직거래, 택배, 직판 등으로 생과는 전량 판매되고 있으며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또 2011년 경북농업인대축전에서 농산물 출품 3위의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로 지난해에는 경북 4-H경진대회 대상을 수상했으며 경북 정보화농업인연합회장을 역임키도 했다. 최근에는 많은 농가가 농업에서 비전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농가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사과즙 가공에 이어 사과 따기 체험까지 ‘6차산업화’로 승부

  최근에는 6차산업화를 위한 노력이 보다 본격화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건축설계 일을 하다 29살 나이에 고향인 청송으로 귀농한 사촌형 최주석 청송 꿀 미니사과농원 대표와 함께 CS청송농업협동조합을 설립, 사과즙 판매를 실시한 것이다.

  갈변을 방지하기 위한 비타민C 0.1%를 제외하고는 생과만으로 가공하다보니 사과 본연의 상큼하고 단맛이 그대로 전해져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수확기 사과 따기 체험도 진행할 계획이다. 대도시에서 소비자가 직접 농장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사과를 따는 체험도 하고 직접 수확한 사과를 가져갈 수 있는 만큼 호응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미니 사과인 알프스 오또메종을 제배한 최 대표의 농장은 귀엽고 예쁜 미니사과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보다 농업에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는 최 대표는 귀농 초기 김 대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김 대표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사과 재배를 시작했으며 기반이 충분치 않았던 만큼 최 대표는 품종에서부터 차별화를 도모했다.
  미니사과 품종인 알프스 오또메를 선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과가 작아서 비교적 좁은 면적에서 재배가 가능하지만 최 대표는 더욱 조밀하게 심었다. 충해도 적어 균제만 방제하면 재배도 용이한 편이라 최 대표의 여건상 가장 합리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두 젊은 농군은 함께 의기투합해 청송에서 사과로 성공이라는 신화를 쓰고 있다. FTA 등의 농업의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들에게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이들의 자신감과 노력에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발견한다.

 

 

#<미니인터뷰>김형구 청송 친환경 사과농장 대표

  “FTA로 농업계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지만 농가의 노력으로 극복해 나가다보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으로 믿는다. 특히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과 자기만의 노하우가 필요하며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6차산업화도 불가피하다. 소비자와 호흡하고, 상품에 가치를 부여해 감동을 줘야 한다. 농업의 위기는 농가의 노력과 함께 소비자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FTA 등에 따른 위기를 농가 스스로의 노력을 위한 채찍질이라 생각하고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경주돼야 할 것이다.”

 

#<미니인터뷰>최주석 청송 꿀 미니사과농원 대표

  “서른이 다 되던 나이에 귀농해 사과를 재배한 것은 우리 농업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력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가공을 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보태 6차산업화를 이뤄야 한다. 6차산업화는 농업의 6개 상다리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다리로 버티는 것보다 6개 다리로 버티는 튼튼한 상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농가는 개인이 아닌 품목, 나아가 전체 농업을 위한 발전전략과 품질향상을 고심해야 할 것이다. FTA를 극복하는 최선의 길은 자생력을 갖추는 것인 만큼 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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