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보람 가운데 하나는 일로부터 얻는다. 특히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서 익숙해지다 보면 일로부터 얻는 보람도 커진다. 나아가 업무가 숙달된 이들은 보다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처리가 가능해지며 업무에 대한 자긍심도 함께 커진다.

이러한 이들이 소위 ‘달인’이나 ‘장인’이라 불리는 전문가다. 이들의 무기는 전문성이며 전문성은 이들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전문성은 단순히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서 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필요하며 이러한 이들의 업무능력은 굳이 견주지 않아도 그렇지 못한 이들에 비해 월등할 것임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농협에서는 이러한 전문성이 경시되고 있는 분위기여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농협의 사업부문은 교육, 지원, 금융, 도·소매 유통, 수출, 산지, 자재 등 다양하다. 사업 분야별 경험과 노하우는 사업의 효율성 제고는 물론 지속가능한 발전의 밑거름이 되며 이상과 현실의 적절한 균형 속에서 나아갈 바를 찾아주는 길잡이 역할도 한다. 특히 최근처럼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농협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일반 업체들은 신속한 시장 대응력과 과감한 투자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물론 농업인과 농업·농촌에 대한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 농협은 안타깝게도 그동안 산지 장악력과 각 부문별 전문성이라는 무기를 지니고도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농협에서는 ‘20년이상 근무하면 사업부문을 망라해 농협의 어떤 자리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나왔다. 20년이상 쌓아 온 전문성이 철저하게 무시된 것이다. 이는 임직원의 사기와도 직결될 수 있다. ‘내가 이 일에 20년이상 몸담으며 나름 전문가라고 자부하지만 언제 다른 업무를 맡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과 ‘어느 날 낯선 업무를 맡아 하루아침에 업무를 파악하고 단기간에 실적을 낼 수 있을까’하는 우려 등이다. 전문성을 갈고닦아도 모자랄 시간에 사기까지 저하되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대목이다.

전문성은 개인에게 자부심이자 자긍심이며 조직으로서는 경쟁력이다.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을 위해 신발끈을 고쳐 매고 열심히 달려야 하는 농협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올 수 있을지 다시금 고민해야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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