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각 부처 요구안을 토대로 작성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농림·수산· 식품분야의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업 관련 부처가 기재부에 요구한 내년도 예산은 1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000억원이 감액됐다는 것이다.

각종 FTA(자유무역협정)체결에 따라 값싼 농수산물 수입이 봇물을 이루고 있어 국산 농수산물이 우리의 식탁에서 밀려나고 있는데다 가축질병, 극심한 가뭄 등 악재가 잇달아 발생해 그렇지 않아도 농심이 흉흉한데 관련 예산마저 기운 빠지게 하고 있다. 새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농어업 홀대론은 여전히 대를 잇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에도 농림수산분야의 예산은 매년 쥐꼬리만큼 올라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내년도 예산은 대놓고 마이너스인 셈이다.

내년도 정부 총 예산 증가율에 비해서는 무려 7.6%나 적다. 내년도 정부의 예산·기금의 총지출 요구 규모는 424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3조9000억원이 늘어나 증가율로는 6.0%를 기록했다. 복지, 교육, R&D(연구개발), 국방 등 7개 분야는 증액된 데 반해 SOC(사회간접자본), 산업, 농림 등 5개 분야는 감액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농림수산식품분야 예산의 감액 이유가 농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농업생산기반 시설에 대한 보수·보강 소요 감소 등으로 알려져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규격화된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농업생산기반 시설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밖에도 농수산물 완전개방시대를 맞아 저가의 수입 농수산물로 인해 피해를 입는 농어업인들에게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가 농어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농어업인들의 소득향상을 위해 각종 제도를 마련했다는 주장보다 예산으로 설득해야 한다. 정책의 신뢰는 예산에서 나온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국가의 뒷받침 속에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농업과 수산업을 만들겠다”며 “안심하고 농사짓는 나라, 국민 모두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농어업 만큼은 직접 챙기겠다는 약속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정부 예산 증가율만큼 농림수산분야 예산이 늘어나야 한다. 농어업이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성장하고, 선진국의 길목에 농어업이 있다는 말이 예산으로 증명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