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개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농민단체의 반발로 중단된 것은 예견됐다고 볼 수 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농업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희생을 강요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농축산물의 대미 수출실적은 7억2000만달러인데 반해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은 74억45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볼 때 우리나라와 미국의 농축산물 수출입 차이가 무려 열배에 달한다. 대미 무역적자만큼 국내 농축산업의 피해가 발생한 것은 당연지사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FTA의 상호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한미FTA를 개정해야 한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한미FTA 발효이후 발생한 농축산업의 피해를 간과한 채 미국과의 교역 및 투자 확대로 국익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산자부는 여기다가 이날 공청회가 농축산업계 관계자들의 시위와 단상 점거로 인해 더 이상 의견 청취가 곤란했다며 공청회 무산 책임을 농축산업계에 돌리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사전에 한미FTA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산업계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공청회를 개최한 것은 형식적인 절차만 갖추자는 의도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농축산업계의 반발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어떠한 의견수렴도 없이 공청회를 밀어붙이는 것은 명분쌓기용에 불과하고, 농축산업계에 또 다시 희생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산자부는 이제라도 농축산업계와 진지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농축산업계가 안고 있는 어려움과 한미FTA의 불합리성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미국과의 상호호혜성 강화에 앞서 국내 산업간 상호호혜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차피 이번 공청회는 통상절차법 상 무효에 해당된다는 게 전문가의 해석이다. 이 법에서는 통상조약체결 계획을 수립하기에 앞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 개최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수렴이 핵심이지 공청회 자체는 형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FTA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산업계와의 대화를 통해 피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을 다시 한 번 주문한다. 그 후 한미FTA를 폐기할 것인지, 개정할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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