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신청에 전문 연구인력 부족
관련 부처 엇박자 행보…‘시행시기 연장’까지 거론

<글 싣는 순서>

-(상)소면적 재배작물 등록을 높여라
-(중)신청만 한다고 끝나나
-(하)남겨진 과제는

농약허용목록관리제도(PLS)의 본격 시행까지 6개월여 만이 남았다.

안전한 농산물의 생산·공급을 위해 추진되는 PLS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잔류독성기준 적용으로 시행 전부터 높은 부적합률 등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지자체, 유관기관, 업계 등이 부적합률을 낮추기 위해 적용약제가 없는 소면적 재배작물을 중심으로 등록을 확대하려는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높다.

# 밀어붙이기식 추진 비판

PLS 도입 시부터 관련 부처의 엇박자 행보가 질타를 받아왔다. 농림축산식품부나 농촌진흥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PLS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계에서는 PLS의 안정적인 연착륙을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와 농업인 교육 등이 필요한다고 강조하면서 식약처가 규제와 단속을 중심으로 PLS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PLS가 엄격하고 까다로운 잔류독성기준을 적용하는 만큼 농업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업계 한 관계자는 “농업 현장에서 이렇게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내년에 PLS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게 가능하냐”며 “시행 시기를 연장하더라도 충분한 준비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식약처에서는 일단 추진하고 보자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 부족한 연계·준비기간

이러한 현장의 평가와 우려는 일정부분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국내 농약등록 절차를 보면 우선 농진청에 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농진청에서 평가를 거친 뒤 식약처에서 잔류허용기준(MRL)을 설정해 결과를 통보토록 돼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PLS 전면 시행에 대비해 소면적 재배작물을 중심으로 직권등록신청을 받고 등록 제품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농진청 평가, 식약처 MRL 설정 등을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식약처 MRL 설정만 하더라도 평균 7~8개월이 걸려왔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전까지 MRL 설정을 포함한 국내 농약등록 절차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농진청 평가가 최소한 지난달에서 이달 사이에는 끝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러한 지적으로 최근 농진청과 식약처는 올해 이러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도록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농진청과 식약처가 충분한 사전준비와 업무연계 없이 PLS 시행을 준비했다는 비난까지 면키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 평가 시험 역량 미지수

최근에는 농진청의 평가가 과연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PLS 전면 시행을 앞두고 직권등록 신청을 무더기로 받다보니 이에 대해 평가할 연구기관이나 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말까지 직권등록 신청을 받은 약제에 대해 30% 수준인 300여건의 평가 시험이 시작됐다. 하지만 올해 평가 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연구기관은 43곳에 불과하다. 시험 연구기관이 부족하다보니 경험치가 많지 않은 시험 연구기관도 일부 포함돼 시험 연구기관의 평가능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그룹 대표작물에 대한 평가가 다수 진행되고 있어 시험 결과 하나가 작물 하나가 아니라 수십개에 달하는 작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시험 과정과 결과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올해는 PLS 전면 시행을 앞두고 등록 관련 시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인 만큼 시험 연구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시험 연구기관에 대한 중간점검과 현장컨설팅을 강화하고, 전담반을 구성해 농업인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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