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추진…“전면 시행시기 유예해야”
인근 재배농가 영향…비산문제 해결 방안 마련을
제도·등록 농약·제품 등 숙지 충분히 이뤄져야

<글 싣는 순서>
-(상)소면적 재배작물 등록을 높여라
-(중)신청만 한다고 끝나나
-(하)남겨진 과제는

전면 시행까지 불과 반년여만이 남은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현장에서는 미흡한 준비로 시행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소면적 재배작물을 중심으로 등록 약제가 부족해 PLS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등록을 위해 직권등록 신청을 했지만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PLS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농업인이 많지 않으며 농약 판매상에 대한 교육이 미진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 모르면 안 쓰면 그만이다?

최근 작물보호제 업계는 PLS의 영향으로 매출이 크게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PLS 전면 시행을 앞두고 시판이나 농협 등을 통한 판매가 지난해 동기대비 7~10%가량 감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물보호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작물보호제 출하량은 지난해 동기대비 1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업계는 누적된 재고가 많은 탓도 있지만 PLS 시행을 앞두고 시판이나 농협 등에서 구매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적용대상이 아니더라도 관행적으로 사용됐거나 성분이 같거나 유사해 비슷한 약효를 기대할 수 있는 약제들을 중심으로 구매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고가 많았던 거야 하루이틀일이 아니니까 올해만의 특별한 사항은 아니다”며 “다만 올해는 시판상이나 처방사가 사용해도 되는지 잘 모르는 것은 무조건 구매를 안 하는 분위기여서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PLS는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위해 국내 사용등록이나 MRL(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약제의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등록된 제품만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단순히 판매자가 잘 모르거나 헷갈린다는 이유로 판매·사용이 위축되지 않도록 등록 제품 등에 대해 충분한 교육이 선행됐어야 했다는 것이다.

# 비산문제 해결 방안 마련해야

또 다른 문제로 다른 곳에서 살포한 작물보호제 등이 날아와 영향을 주는 비산 문제가 지적된다.

현재 일부 친환경 재배농가들의 경우 주변의 관행농법 재배지로부터 비산되는 작물보호제를 막고자 담장이나 차단막을 설치해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농가가 이들처럼 비산되는 농약을 막을 수는 없다. 특히 재배지 규모가 크지 않은 농가의 경우 이러한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한 소나무재선충병과 같이 산림에서 대대적으로 방제를 실시하는 경우에도 인근 재배농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드론이나 항공방제와 같이 공중에서 살포하는 방식의 약제처리가 늘고 있는 추세여서 비산에 따른 문제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북의 한 농가는 “최근 각종 지원이 많아져서 논에서도 항공방제를 실시하는 곳이 많아졌다”며 “게다가 산에서도 항공방제를 하고 있어 PLS가 전면 시행됐을 때 영향이 없는 건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 시행기간 유예해서라도 만전기해야

최근에는 농가나 농약판매상에 대한 교육이 미흡했던 만큼 1년이라도 전면 시행기간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PLS에 대한 안내와 홍보로 현재 농업인들도 어느 정도 농약 안전사용에 대한 이해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농업인이 농약의 선택과 사용 시 농약 안전 사용 기준에 따라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농약판매상들도 농약 사용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선정하는 과정에서 경험 등 비과학적인 지식이 바탕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보다 체계화된 교육과 관리 강화가 요구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최근 관련 연구보고서에서도 “현재 PLS 시행에 대비한 조치는 다소 미흡한 실정”이라며 “매우 미진하게 수행된 농업인과 농약판매상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준비기간과 남은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데 있다. 전면 시행까지 불과 6개월여만이 남은 상황에서 농업인이나 농약 판매상이 제도뿐만 아니라 등록 농약과 제품 등에 대한 숙지가 충분히 이뤄지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위성곤 의원(더민주, 서귀포)도 지난 16일 열린 국회 상임위에서 “PLS 전면 시행까지 불과 6개월여만이 남은 가운데 등록 약제 부족, 농업인이나 농약 판매상에 대한 교육 등 준비가 미흡한 부분이 너무 많다”며 “‘시행시기를 유예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농촌진흥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협의해 1년 정도 유예하는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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