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지방에는 지금 또 다른 선거의 물결이 일고 있다. 2019년 3월 둘째 주 목요일에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다. 개인의 자존심과 가문의 명예, 지역명운을 건 빅 이벤트이다.

전국 1270곳 농·축협, 91개 수협, 194개 산림조합 등 전국 1500여곳이 동시에 치른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리·감독 하에 치러지는 공영선거다. 농촌선거 민주화, 금권을 몰아내고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 2009년 국회에서 법을 개정했고 2014년 야외방송과 청중동원 문제를 보완해 재개정했다.

농촌 주민 입장에서는 이 선거만큼 중요한 선거도 없다. 내가 낸 출자금을 늘려주는 내 조합의 경영책임자를 뽑는 일이다. 잘만 뽑으면 돈도 늘려주고, 농산물 팔아주고, 후생 복지, 잔심부름에 병원, 여행까지 그야말로 집나가 사는 자식보다 효도하는 손발이고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선한 일꾼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합장 후보의 인물됨이 관심이며 문제가 된다.

조합장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내 고장(읍, 면)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 그리고 노령 조합원을 보살펴 줘야겠다는 봉사정신이다. 가장 나쁜 조합장은 경영계수 핑계대며 조합원들의 눈과 귀를 가로막고, 적당히 둘러대 조합원의 지도경제 복지를 뒷전으로  밀어놓는 조합장이다. 이런 조합은 감시·고발·계도성 기사가 실리는 전문지조차 배포를 원천차단하고 어용만 불러들인다. 바른말하는 대의원, 조합원은 적당히 왕따시킨다. 심지어 자기를 지지하는 55% 정도의 조합원만 끼고 도는 조합장도 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과 시·군의원들은 엄청난 공약과 선 구호에 생색을 내지만 실상은 해당 지역 발전에 가장 기여도가 크고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곳은 농축수협이다. 귀농귀촌 가구는 말 할 것도 없고 모든 농업인의 가장 큰 관심사는 농사지어 생산한 농산물 팔 걱정이다. 이걸 농협이 맡아서 해결한다는 주창이 일어난지 어언 20년이 지났는데도 우이독경, 오리발만 내미는 조합은 여전히 존재한다. 농산물 수집·분산·판매하기 싫은 조합, 그 흔한 로컬푸드 매장조차 운영않는 조합, 고령 조합원 애로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조합, 조합이야 망하건 흥하건 선거만 넘기고 보자는 식으로 RPC(미곡종합처리장) 거머쥐고 버티는 조합, 자기 조합 생산물 판매·홍보도 할  줄 모르고 땀만 뻘뻘 흘리는 조합, 지도 경제 뒷전이고 갈치 제 꼬리 베어 먹기 식으로 지역상인들과 다툼질하는 조합, 이런 조합들은 조합장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도 선거를 치러보면 ‘구관이 명관’, ‘그 밥에 그 나물이다’는 식으로 일관하는 것은 조합원들 책임이다. 또 금권선거 때문이다. 정치판 선거는 돈 잔치가 어느 정도 잡혔는데 유독 조합장 선거는 아직도 그게 잡히지 않는다고 혀를 찬다. 2015동시선거에서도 200건이 넘는 부정이 고발됐다. 조합장, 교회 목사, 학교 선생들이 잘 해야 그 지역이 발전한다.

조합장으로서의 기본적 식견과 덕목은커녕 도덕적 해이가 심한 인물, 돈으로는 자신 있다 며 덤벙이는 후보, 돼지 키워서 돈 벌었다고 으스대는 사람, 버스사업하고, 밭떼기 장사해서 따논 당상이라고 우기는 사람,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두는 인물들은 조합장 나오면 안 된다. 부동산 투기하며 돈으로 맥질하겠다고 덤비는 이는 절대 안 된다. 다선 선수(選數)가 자랑이 아니다. 조합장도 급수가 있다. 오지마을을 복지마을로 만드는 조합장 있는가 하면 잘되던 조합을 바짝 오그라뜨리는 조합장도 있다.

농업인 조합원들도 6.13 지방선거 같은 준엄한 심판으로 금권선거 몰아내고 조합원 깔보는 사람 가려내고, 정말 조합에 헌신할 지역일꾼을 찾아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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