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지난달 말 시작된 오리농가의 단식 농성이 11일만에 정부와 합의점을 찾으며 막을 내렸다. 오리농가가 중점적으로 외쳤던 오리휴지기제에 대해선 일정 부분 얻어낸 것이 있다지만 이를 바라보는 가금류 농가들의 마음은 여전히 착잡하기만 하다.

그동안 오리농가를 포함한 가금류 농가들이 강력히 주장해온 예방적 살처분 범위 확대 철회, 지자체에 방역 권한 부여 폐지 등의 내용에 대해선 명확히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5개월간을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이전보다 더 강력해진 특별방역대책을 발표했다. 그 중엔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시 행하던 살처분 범위를 반경 500m에서 3km로 확대 실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농가들은 과도한 조치들로 농가들의 재산권이 크게 침해된다며 반발해왔다.

일시적 이동중지명령인 스탠드스틸(Stand still)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AI 확진이 나기도 전에 현장진단키트의 양성 결과만으로 스탠드스틸을 거는 등 농가의 상황은 전혀 돌아보지 않고 있다며 그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하지만 이개호 장관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농가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강력한 방역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AI의 예방과 확산 방지가 AI 방역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하겠지만 목적에만 매몰된 나머지 수단의 적정성은 제대로 따져보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라 생각한다.

‘과하다 싶을 정도’라면 행하지 않는 것이 맞다. 조치가 강력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농가의 부담과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기인한 과도한 조치들마저도 정당화하는 발언이 될 수 있어 더 우려가 크다.

독일엔 ‘대포로 참새를 잡아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다. 국가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할 때에는 그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제한의 정도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등의 ‘과잉금지의 원칙’을 잘 비유한 말이다.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행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언제까지나 농가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방역 효과 극대화에 방점을 찍되 농가들의 고통에도 귀 기울이며 적정선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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