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개념설계의 시대'는 최근 출간된 책의 제목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발생한 구제역을 바라보면서 인공지능·로봇·빅데이터·사물 인터넷·블록체인·무인 이동체·3D프린터·플랫폼 등 4차 산업혁명을 사회적 담론으로 삼고 있는 변화의 시대에 우리나라 축산업도 새로운 눈으로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고 대처했으면 하는 바람에 구제역과 개념설계를 제시해 보았다. 

먼저 이왕 책 얘기로 시작했으니 개념설계와 관련해 책에 나온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비생산적인 갈등을 일으키는 이데올로기, 즉 이즘의 시대가 아닌 시대성을 나름으로 해석하거나 기존 개념 새로 보기로 개념설계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방이 아닌 창안을 강조하고 있다. 열린 개념이 없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은 닫힌 개념, 죽은 개념으로 얘기하고 있다. 더 이상 정부 주도의 설계 활동은 동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과감히 선언한다. 그리고 우리는 헤리티지·장인정신·시그니처를 키워드로 한 명품성을 방향으로 삼는 개념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강조한다. 

연초부터 발생한 구제역으로 눈을 돌려보면, 이제 구제역은 단순히 바이러스로 전염되는 우제류 가축의 급성전염병이란 데 문제가 있지 않다. 문제는 서류상·시스템상으론 축산선진국 못지않다는데 백신으로 컨트롤 하는 와중에도 매년 구제역이 쉬지 않고 발생하면서 생산은 물론 도축·가공, 판매에 이르기까지 축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데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경기 안성, 충북 충주의 젖소, 한우에서 모두 3건의 구제역이 발생해 지난 17일까지 소 24호 2040마리, 염소 5호 232마리가 살처분됐다. 전국 긴급백신(1383만마리)접종과 2만5160명, 2만2474대의 소독차량을 동원해 농가 등 42만7400개소를 소독했다고 한다. 농협, 군부대, 지자체 소독 차량을 총동원해 소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농장, 도축장, 가축시장, 거점소독시설 등에 대한 특별방역단 점검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불만을 드러냈다. 구제역 백신접종을 하고 있는 농가들은 접종의 어려움, 백신의 효능, 이동중지, 보상체계 등에 대해 할 말이 많고, 1차 육가공업체들은 돼지고기 목심 화농 등 품질을 문제 삼으며 아우성이다. 2차 육가공업계는 안정적인 품질과 공급에 더해 가격을 이유로 점점 수입에 눈을 돌리고 있고 소비단계에선 요즘 소비 자체에 행복이란 삶의 가치를 부여하는 트렌드에 갈수록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다.

이처럼 구제역 발생 및 영향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 관련업계 종사자, 소비자 모두의 피로감이 상당한 지경에 달하면서 우리나라가 과연 구제역 백신 청정화는 물론 구제역 청정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 내지는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가하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구제역 발생과 일련의 상황을 바라보면서 모 국회의원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정책을 제대로 세우고 추진하고 정착시키면 결국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우리 축산업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플랜트나 초고층빌딩 부문에서 5~10%의 비중을 차지하는 개념설계가 전체 공정 및 공사를 좌우한다고 한다. 

기존의 틀에 매여 문제를 해결하려 들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반성과 성찰, 그리고 토론을 통해 축산업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는 개념설계가 축산부문에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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