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최기수 발행인] 

국내 양돈산업이 삼각파도를 맞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공급과잉 속에 ASF(아프리카돼지열병)가 엎친 데 덮친 격이 되더니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소비급랭 속에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다가는 폭 망하는 게 아니냐는 탄식마저 들리고 있다. 상처가 깊을수록 큰 수술을 해야 하고, 그 수술은 종전과는 다른 방식이 돼야만 양돈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공급과잉! 지난해 12월 기준 돼지사육마릿수는 통계청 가축통계조사 결과 1128만마리이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전분기 1171만3000마리보다는 줄었지만, 과잉이 경고된 전년 같은 시점 1133만3000마리보다 약간 줄었다. 이나마 ASF 파장 때문이 아닐까?
 

ASF! 이 파장은 양돈산업을 엄습했다. ‘어떻게 하나?’와 ‘소비 감소 두려움’이었다. 정부의 전례없는 강력한 방역으로 ASF사태는 경기북부지역에서 멈추었다. 하지만, 소비감소는 피해갈 수 없었다.
 

코로나19! 중국 우한 발 코로나19 사태는 질병방역 관련 이외의 국내 모든 경제활동을 위축시켰다. 공급과잉 속에 돼지고기 소비는 급랭 중이다.
 

삼각파고의 결과는 돼지가격 폭락사태로 이어졌다. 이달 돼지도매시장가격은 도체 kg당 3100원, 3200원 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그나마 2000원대를 형성한 지난달보다는 오른 가격이다. 돼지 산지가격은 110kg 기준 27만원 안팎이다. 생산비는 고사하고, 경영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돼지 100kg 기준 경영비는 27만2000원, 생산비는 28만4000원이다. 양돈농가들은 통계청 생산비가 실제보다 낮게 산정됐다고 주장을 한다.
 

여기에다 더해 급변하는 사회구조변화는 소비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양돈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바로 1~2인 가구 증가와 인구자연감소시대 도래이다. 전체 가구의 50%를 훌쩍 뛰어넘은 1~2인 가구는 HMR(가정간편식)시장을 급속도로 키우고 있다. HMR은 기존 식자재 소비구조를 뿌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출생아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인구자연감소시대로 전환했다.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사회는 활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고, 나라 전체적으로 소비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을 예고한다. 
 

소비자의 국산 식자재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도 낮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돼지고기 시장을 뒤흔든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대표적인 증거이다. 이베리코 돼지고기 바람은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에서 보여주듯이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새로운 HMR시장이 급팽창을 하고 있고, 이베리코 돼지고기 사태를 지금도 겪고 있지만 이 같은 근본적인 변화에 대응하려는 양돈업계의 노력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 위기를 타개하는 방안으로 수매비축 목소리가 제기될 뿐으로, 근본적인 대책이랄 수 없다. 게다가 수매비축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없지 않다. 그동안 축산물 공급과잉 상황을 반추해 보면 한쪽에서는 공급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오히려 사육규모를 늘리는 정반대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결과는 치킨게임이었다.
 

사회경제적으로 근본적인 구조가 바뀌고 있다. 1~2인 가구시대, 인구자연감소시대,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시대를 맞아 양돈산업 뿐만이 아니라 국내 농축수산업은 소비구조와 소비행태 변화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짜고, 그에 맞는 방법으로 대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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