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이 왜 존재하며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본질부터 다시 고민해야
수협사료 매출액 약 10% 차지하던 대리점이 ‘악성채권’으로
채권관리 이유로 어업인 보호는커녕 도산으로 내몰아
시장점유율 높여 민간사료업체 견제하고 생산자 이익보호가 운영목적돼야
수협사료가 살아남으려면 수협이 왜 사료공장을 운영하는지 생각해봐야

 

수협사료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본질부터 다시 고민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은 수협법에 따라 조합원과 회원을 위해 최대한 봉사해야한다. 하지만 수협사료에서는 채권관리라는 명목 하에 수협이 나서서 어업인의 집을 경매에 넘기는 등 협동조합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행위들이 이어지고 있다.

() 파행적 조직운영·부실한 내부통제에 영업력 휘청

() 수협사료, 협동조합 본질에서 다시 시작해야

# 수협이 양식어업인 도산으로 내몰아

양식어업인 A씨는 연간 사료이용금액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수협사료의 우수고객이다. 하지만 그의 집은 최근 경매에 넘어갔다. A씨는 수협사료 B대리점을 통해 사료를 공급받아왔다. 최근 수 년 사이 어망유실과 바이러스 등으로 재산상의 큰 손실을 입었고 B대리점에 거액의 사료대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A씨는 아내 명의로 된 부산 수영구의 아파트와 함께 어업을 경영하는 아들 소유의 아파트에 각각 3억 원, 2억 원의 근저당권을 수협사료 측에 설정해줬다. 수협사료는 B대리점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최근 A씨와 아들의 집 모두를 경매에 부쳤다. 이는 수협사료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닌 수협중앙회와 협의를 거친 사안이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양식어업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동안 수협은 경영이 어려워진 어업인의 집을 경매로 넘기고 있었던 셈이다.

수협사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의 집은 지난해 1월 준공된 아파트로 부산 수영구 내에서도 고가의 아파트로 분류된다. 이에 A씨는 수협사료 측에 3억 원을 납부하고 아파트의 근저당권 설정을 해제, 해당 아파트로 대출을 받아 오는 가을까지 양식어류에게 공급할 사료의 대금을 마련하려 했다. 하지만 수협사료는 이마저도 허용하지 않았다. 수협사료는 A씨가 3억 원을 납부한다해도 경매절차는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A씨가 저당권이 설정된 3억 원을 공탁으로 건다 해도 근저당권을 해제하는 법적 절차는 6~7개월이 소요된다. 어업인을 도산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채권회수라는 명목 하에 어업인의 집을 경매로 넘기고 이것도 모자라 저당이 설정된 금액을 모두 지급한다 해도 근저당권을 해제할 수 없다는 것이 수협사료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수협중앙회나 수협사료는 소수의 어업인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수협사료와 상의한 결과 해당 대리점주가 6월 말까지 상환해야하는 돈을 가져오더라도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의 근저당권을 해제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 연매출 10% 차지하던 대리점이 악성채권으로

연간 30억 원 가량의 사료매출을 올리던 대리점은 수협사료에게 악성채권이 됐다. 2015년 수협사료와 거래를 시작한 B대리점은 6년간 1747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협사료의 연 매출이 300~400억 원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협사료 연매출액의 10% 가량을 거래했던 것이다.

B대리점은 외상거래 미수금에 대해 부과한 최대 연 12%의 복리로 적용되는 페널티를 군말없이 받아들였고 수협사료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장려금혜택도 받지 못했다. 반면 외상거래한도를 늘리기 위해 많은 담보를 제공했다. 20167월에는 강원 원주시와 횡성군, 전북 부안군의 대지와 임야, 주택을, 2017년에는 강원 원주시의 아파트와 경남 창원시의 공장을, 2019년에는 어업인 A씨의 아들의 아파트와 또다른 어업인 C씨 지인의 주택, 지난해에는 어업인 A씨의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했다. 수협사료가 이들 담보에 걸어놓은 근저당 설정금액은 30억 원이 넘는다. 이중 경남 창원시 대산면에 위치한 공장은 2276면적으로 대산면 일대는 창원시가 2026년까지 4469세대를 공급하는 택지조성사업이 예정돼있어 지가 상승은 기정사실인 상황이다.

수많은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수협사료는 B대리점의 외상한도를 단 1원도 늘리지 않았다. 제공받은 부동산담보들을 회수가 불확실한 견질담보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B대리점은 수협사료 측에 돈도 빌려줬지만 이자는커녕 원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수협사료 경영지원부장은 또다른 대리점의 미수금을 해결하기 위해 21000만 원을 빌려갔다. 경영지원부장은 B대리점주에게 1kg50원의 장려금 혜택을 주는 것을 조건으로 걸고 돈을 빌려갔지만 장려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당시 수협사료의 전무가 이는 상식에 어긋나는 거래라며 반려했기 때문이다. 수협사료 측은 2017년 빌려간 돈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자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B대리점에는 연 12%에 달하는 페널티를 부과했다. 수협사료의 페널티기준대로라면 당시 빌려간 21000만 원은 지금 3억 원이 훌쩍 넘는 돈으로 불어났을 것이다.

B대리점 점주는 기존에 제출한 상환계획서에 따라 지난달 30일까지 3억 원을 상환했어야 했다. 하지만 마련된 돈은 16000만 원 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어업인 A씨의 집은 경매에 부쳐졌다. 이 과정에서도 수협사료가 B대리점 측으로부터 빌려간 21000만 원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이에 대한 수협사료의 입장을 듣고자 대표이사, 경영지원부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 “협동조합, 이래도 되나요

집이 경매에 넘겨진 A씨와 B대리점 점주는 협동조합인 수협이 이래도 되는지를 물었다.

수협 설립의 법적 근거를 담은 수협법은 1조에서 어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의 향상과 어업경쟁력 강화를 도모함으로써 어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법의 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A씨와 B대리점 점주는 수협이 어업인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물었다.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협이 어업인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라면서 어떻게 수협이 나서서 어업인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 2채를 동시에 경매에 넘길 수가 있나라며 수협사료라면 어업인을 살리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B대리점 점주는 “A씨가 가을까지 고기를 키워서 출하를 해야 사료대금을 수금할 수 있는데 수협사료는 양도담보계약서를 쓰고도 사료를 공급할 수 없다고 하고, 근저당을 해제하려고 근저당금액을 모두 가져가도 저당권을 해제해주지 못한다고만 한다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사료회사라면서 어업인과 대리점을 죽이려고 작정한 것처럼 영업을 해도 되는 건가라고 말했다.

# 수협사료, 협동조합 본질부터 되새겨야

수협사료의 위기극복은 협동조합의 본질을 되새기는데서 시작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협사료는 회사의 누리집에서 수협사료의 최종목표가 이익창출이 아닌 어업인의 실질적인 소득증대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협사료는 부실한 내부통제 속에서 시장점유율이 급락, 민간사료업체로부터 어업인을 보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다. 또한 채권관리가 수협중앙회의 방침이라는 이유로 어려움에 처한 양식어업인의 집을 경매에 넘기는 등 오히려 어업인의 이익에 반하는 영업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수협사료의 전 직원인 D씨는 협동조합 사료회사는 시장점유율을 높여 민간사료업체를 견제하고, 이 과정에서 생산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운영목적이 돼야 한다지금처럼 수익성이나 건전성 개선에 눈이 멀어서 어업인마저 내팽개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문을 닫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직원인 E씨도 지금 수협사료의 상황을 보면 수협사료가 어업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회사인지, 수협중앙회가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자회사인지 알 수가 없다수협사료가 살아남으려면 수협이 왜 배합사료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수협이 금산분리를 적용받지 않고 정부로부터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받는 것은 수협이 어업인 단체로 어업인의 권익보호를 위해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수협사료처럼 수협의 조직이 오히려 어업인을 괴롭히려는 것이면 수협중앙회와 그 계통조직이 받고 있는 정책적 지원부터 다 반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협동조합은 기업이 아닌데 지금의 수협중앙회와 자회사는 경비절감을 통한 이윤추구만 강조하고 있어 수협사료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수협사료 등 수협의 계통조직은 결국 협동조합이 왜 존재하며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등 협동조합의 본질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수협의 모든 사업은 모래위에 쌓은 누각처럼 일순간에 무너져 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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