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신지 기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관세 폐지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산 유제품의 완전 개방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이미 FTA 발효만으로도 수입 유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급증한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유제품 총수입량은 2019958400톤에서 20221534900톤으로 대폭 늘었다. 특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지난해 3분기 멸균유 수입량은 약 24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증가해 수입 유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내년부터는 미국과 EU 유제품의 관세가 전면 철폐된다. 2011EU와의 FTA, 2012년 미국과의 FTA 체결 이후 미국산 유제품(밀크와 크림)에 적용되는 관세는 점진적으로 낮아졌으며 올해 관세는 4.8%로 불과 3년 전인 2022년의 9.6%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2022611.2%였던 EU산 유제품(밀크와 크림)의 관세율은 올해 2.2%로 낮아졌으며 곧 0%에 도달할 전망이다. 여기에 낙농 선진국인 호주와 뉴질랜드 유제품의 무관세화 시점도 각각 2033년과 2034년으로 예정돼 있다.

수입 유제품의 관세 철폐와 더불어 국내 낙농업계는 소비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01327.7kg에서 202026.3kg, 2022년에는 25.9kg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국내 낙농산업은 유제품 수입량 증가로 인한 자급률 하락과 소비 감소라는 악재 속에서 생산비 증가까지 겹치며 더욱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국내 낙농업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자유무역의 확대는 글로벌 경제의 필연적인 흐름일지 모르지만 그로 인한 국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은 미진하기 그지없다는게 낙농가들의 전언이다.

국내 낙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국산 유제품의 품질을 강화하고 소비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동시에 생산비 절감과 유통 구조 개선을 통해 낙농가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FTA로 인한 개방은 불가피하지만 그로 인해 국내 낙농업의 기반이 붕괴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수입 유제품과의 경쟁 속에서 국내 낙농업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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