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가 지난 22일 가축사육단계에서도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축산물가공처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른바 축산식품의 안전성 제고를 위해 식품제조업체와 도축장에서 먼저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HACCP제도를 가축을 사육하는 농장에도 적용하겠다는 농림부의 계획이다.

축산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농장에서도 HACCP제도를 도입하겠다는데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안전한 축산식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이같은 소비트렌드를 맞추기 위해서는 안전한 축산식품의 생산·공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기 때문이다. 가축사육단계에서도 HACCP제도를 도입하겠는 농림부의 계획은 올바른 방향설정이라고 본다. 이 제도를 통해 축산식품의 안전성이 더욱 제고돼 국내 축산업이 안정적인 발전을 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농장HACCP가 법적 장치의 마련만으로 저절로 정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농장HACCP제도의 도입과 성공적인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먼저 축산농가들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HACCP제도를 가축사육단계로까지 확대시키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직접적으로 이 제도를 수행해야할 축산농가들간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농장HACCP제도는 결코 뿌리를 내닐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생산추적이력시스템 등 축산식품의 안전성 확보차원에서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제도와의 관계도 정확하게 정립시켜줘야만 축산농가들의 혼돈을 최소화시키고, 축산농가들이 적극 나설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음은 실질적이고도 실현가능한 메뉴얼이 제시돼야 한다. 농장HACCP 메뉴얼이 너무 현실을 중시하다보면 이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우려가 높으며, 반대로 너무 원리원칙에 치우치다보면 축산농가들이 도저히 이행하기 어려워 결과적으로는 말뿐인 농장HACCP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현실과 이상을 얼마나 절묘하게 조화시키느냐가 농장HACCP 성공여부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다음은 철저한 사후관리이다. 제도가 아무리 좋고 이상적이라고 하더라도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농장HACCP는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실례로 도축장의 HACCP제도 적용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사후관리 부실을 들어 의구심을 떨져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0여개 안팎의 도축장에 대한 사후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인데 농장HACCP에 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제기는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불어 농림부가 사후관리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HACCP 지정업무 전담 민간조직을 육성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장치도 농장HACCP제도의 성공을 위해 선행돼야할 과제이다.

가축사육단계에서의 HACCP제도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입법예고된 축산물가공처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등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 농림부는 이 기간동안 철저한 준비를 통해 농장HACCP가 자연스럽게 정착, 축산식품의 안전성을 더욱 제고시킬 수 있는 다양하고도 실천가능한 방안들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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