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농축산물 상품 설명회에 참석해 달라고 해서 가보면 참 황당한 일을 가끔씩 겪게 되는 데 그때마다 생산농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군요.”
축산물 브랜드경진대회 및 전시회에서 만난 대형유통업체의 한 바이어의 푸념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물었다.
그는 최근 충청북도에서 주최하는 상품설명회에 갔을 때의 일을 말해 주었다.
“상품을 둘러보고 생산농가의 설명을 듣는 과정 중 ‘고구마 맛이 나는 감자’ 차례에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고, 그 상품을 개발한 생산농민의 의기양양을 보면서는 황당함을 금치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저런 상품이 어떻게 유통될 수 있는지 생각이나 해 봤는지 궁금하더군요.”
그는 계속 말을 이으면서 “감자를 먹고 싶은 소비자는 감자를, 고구마를 사고 싶은 사람은 고구마를 사면되는 데 누가 굳이 고구마 맛이 나는 감자를 사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특히 그가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그 상품 개발에 자부심을 가지고 설명에 여념이 없는 생산농민의 자세였다고 말했다. 그 농민이 설명에 너무 열심이어서 그것이 정말 농산물로써 소비자의 관심을 끌면서 노력만큼의 상품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묻지 못했다고 한다.
많은 생산농민들이 자신의 생산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위생과 안전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다른 농가와 다른 독특한 방법을 선택하면서 투여되는 땀방울에 대한 대가를 찾으려고 한다. 누가 뭐래도 물건만 좋으면 팔릴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인식은 축산물 브랜드 사업에서도 잘 나타난다.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지 않은 채 생산자 위주의 일방적인 사고방식으로 브랜드 축산물을 생산하는 경영체들의 마케팅 부재는 결과적으로 브랜드 양산을 초래하고 이렇게 우후죽순 늘어나는 브랜드는 전체 브랜드 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맛과 외형만으로 소비자에게 독특함을 어필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바람직한 것은 없다. 왜냐하면 차별화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한우고기나 돼지고기는 고만고만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어떻게 종축·사료·사양방식을 통일하며, 어떻게 안전과 위생을 확보하는 지를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축산물 브랜드전은 가장 큰 성황을 이뤘다. 소비자의 접근이 용이한 장소, 할인 판매, 독특한 이벤트 등으로 소비홍보는 물론이고 유통업체들과의 계약상담이 줄을 이었다. 브랜드전문가 초청 심포지엄 등에는 누가 자리를 채워달라고 강요하거나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자리가 빼곡히 채워졌다. 그만큼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농림부의 일관된 브랜드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는 브랜드 육성이 아니라 기존 브랜드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지금도 브랜드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많은 생산농가나 경영체로 인해 본의 아니게 농림부의 브랜드 육성정책이 타격을 받는 것은 브랜드 사업 전체가 흔들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박현출 농림부 축산국장이 육성에서 관리로 정책을 전환하고, 농가를 경영체 중심으로 조직화함으로써 인식전환을 꾀하겠다고 밝히고 있음이다. 시의 적절한 대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브랜드 사업의 초점은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욕구에 따라 생산방식도 바뀌어 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