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형할인점들의 쌀 저가판매 행사를 보고 있노라면 이 말이 꼭 사실인 것만 같아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냉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수확기 이후 산지에서는 연일 쌀값이 떨어져 농민들의 한숨은 커져만 가고 있고, 또 그 한숨은 점점 분노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산지쌀값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고 20%까지 떨어지자 농민들은 차라리 쌀을 팔지 않겠다며 자식같은 나락을 밖에 쌓아두고 있다.
농민들은 또 틈만나면 “국민의 먹거리인 쌀 만큼은 지켜야 한다”며 “제발 쌀값을 안정시켜 달라”고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쌀을 둘러싼 산지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형할인점들은 각종 타이틀을 내걸고 쌀 저가판매에 나서고 있어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대형할인점들의 이같은 행태를 탓할 수는 없다. 법적으로나 그 어떤 규제로도 막을 방법이 없다. 시장경제체제에서 대형할인점들이 택하는 이윤추구 방법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아니, 매년 감소하고 있는 쌀 소비량을 늘릴 수 있는 것만 같아 오히려 칭찬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왜 하필 이 시기에 할인행사를 하냐’는 것이다. 이달들어 롯데마트, 이마트 등 대형할인점들이 앞다퉈 쌀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어 마치 쌀값이 떨어지길 바란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법도 하다.
대형할인점들이 쌀을 하나의 사업아이템이라고 한다면 쌀 농가를 엄연히 사업파트너로 인정해줘야 한다. 더욱이 시장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쌀을 헐값에 파는 것은 도저히 상도의상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다.
또 하나는 대형할인점의 주도로 생겨난 신유통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쏟고 있는 농민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농민들은 그동안 대형할인점들이 요구하는 농산물 규격을 비롯해 기준, 품질 등을 맞추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온게 사실이다. 여기다가 상품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기술을 농가 스스로 개발하기에 이르기까지 대형할인점들의 입맛을 열심히 맞춰왔다.
그런 농가에게 고작 돌준다는 것이 가격할인이라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라지만 우월적지위를 남용하는 것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
바잉파워의 힘만으로 쌀 농가를 대하기 보다는 진정한 사업파트너로 인정해줘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