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할인점에 가서 쌀을 고르는데 20분이 걸렸다. 무수히 많은 브랜드 쌀 중 무엇을 사야할지를 순간 고민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어떤 쌀을 사야겠다고 계획치 않고 무작정 쌀을 사기 위해 대형유통업체를 찾은 소비자의 경우 카트를 밀며 쌀 브랜드 하나하나를 읽는데 만 10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실제 농협유통 양재점의 경우 70여 가지가 넘는 각기 다른 쌀 브랜드가 매대에 쏟아지듯 진열돼 있다. 농림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의 쌀 브랜드는 1500여 가지에 달한다고 하니 이 같은 실상이 당연한 것이다.

쌀을 사러온 소비자들은 대부분 카트를 밀며 여러 가지 쌀을 비교하지만 쇼핑의 즐거움보다 수없이 많은 쌀 브랜드에 혼란스러움이 더해져 어지러울 지경이다.

브랜드는 중요하다. 그러나 브랜드와 이름의 개념은 다르다. 현재 유통업체에 진열된 수많은 쌀은 브랜드로 볼 수 없다. 단지 쌀에 이름을 만들고 디자인 작업을 거친 상품일 뿐이다. 소비자가 그 상품의 이름을 기억할 때 비로소 브랜드의 가치로 통하는 것이다.

아직도 생산지에서는 쌀에 이름을 붙이면 브랜드화가 완성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쌀의 이름을 짓는 단순한 과정을 브랜드화로 인식해 쌀 브랜드 작업은 하나의 실적을 올리는 수단이 됐다.

수입쌀이 시판될 시점이 당장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브랜드 쌀 하나 키우지 못한 점에 대한 깊은 반성과 대책 마련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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