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부터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서 무·배추 포장출하가 시행중인 가운데 지난 18일 올 들어 처음으로 포장되지 않은 산물배추가 출하됐으나 낙찰이 안돼 반송되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날 충남 예산의 한 산지유통인은 대아청과로 5톤 차량 두 대 분량의 산물배추를 출하했다. 작업물량은 많은데 선별·포장 인력도 없고 비용도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는 게 이유다.
출하거부권이 없는 대아청과 역시 어쩔 수 없이 받아 상장시켰고 결국 경매에 참여자가 없어 ''불낙''된 채로 마무리 됐다.
비록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지만 다음달부터는 무름성이 커 망포장으로는 상품성 유지가 힘든 봄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될 예정이어서 또 다른 우려를 낳게 했다.
일부에서는 ''불낙''을 예상하고도 봄배추 출하 전에 한번쯤 반응을 떠보기기 위해 출하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산물배추가 출하되자마자 서울시농수산물공사는 물론 서울시에서도 관계자를 파견해 사태 추이를 지켜봤음은 물론 산지유통인연합회측은 산지여건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 협의도 없이 무조건 포장출하를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항의방문도 있었다.
유통인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시장 내에서 다듬기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물배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과 봄배추의 특성을 감안하면 망포장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물론 공사도 굳이 포장재질을 망포장으로 제한을 두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예산이 한정돼 있다보니 골판지포장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망이나 플라스틱박스로 출하를 유도하는 게 적합하리란 판단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다시 한번 포장화의 목적을 정확히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점을 느꼈다.
포장화 추진의 목적이 부족하고 한정된 예산 아래 ‘쓰레기 절감이냐’ ‘물류효율화냐’ ‘상품성 유지냐’ 등 어느 한편의 목적만을 생각하다 보니 포장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방법상에선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출하자, 중도매인, 도매시장법인, 소비자를 이해 설득 시킬 수 있는 객관적인 연구와 함께 충분한 예산 확보가 없다면 ‘해프닝’이 아닌 ‘갈등과 불란’의 씨앗이 될 것이다.
<박유신 농식품유통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