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별 선정은 쌀이 8개소, 채소류 2개소, 과실류 8개소이고 이들 브랜드 경영체에 대해서는 컨설팅, 기반조성, 시설현대화 등에 총 172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특히 과실류는 7개소가 광역브랜드이고, 1개소는 전국브랜드를 선정해 핵심브랜드 주체로 육성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이미 상당수준 브랜드화가 진행된 축산물의 경우 지금까지 성장한 73개에 대한 규모화·내실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이 우수 경영체 육성을 통해 농업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게 농림부의 구상이다.
우수 브랜드 경영체 육성은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브랜드는 농산물이나 가공식품, 가전제품을 구분할 것 없이 단순한 상품명에 그치지 않는다. 브랜드는 바로 상품의 경쟁력이고, 기업의 경쟁력이고, 나아가서는 국가의 경쟁력이다. 그리고 잘 키운 브랜드는 천문학적인 가치를 갖는 무형의 자산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쌀 브랜드만 하더라도 1000여개에 달하는 상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브랜드는 소비자가 머릿속에 기억하고, 시장에서 선택을 할 때만 가치를 인정받는다. 소비자의 뇌리에 기억되지 않은 브랜드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 1000여개나 되는 쌀 브랜드 대다수가 아무런 가치도 없는 브랜드에 지나지 않는다.
난립하는 브랜드를 줄이지 않는 한 우후죽순 식으로 탄생한 농산물 브랜드는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면단위 브랜드는 군단위로, 시·군단위 브랜드는 도단위로, 도단위 브랜드는 전국단위로 확대 성장하는 길을 브랜드 주체별로 신속하게 모색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농산물 브랜드는 최소범위가 몇 개 시·군이 연합하는 방식으로 육성돼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그 지역이 아니면 안 된다는 지역적 특성을 가진 품목을 제외하고는. 현행 브랜드를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작은 것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 일본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이 그것이다. 이 운동은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시키자는 것이다. 지산지소체계가 정착된다면 농축산물 브랜드를 광역화·규모화 할 필요성도 없다.
그러나 지산지소는 농축산물 생산규모가 적을 때만 가능하다. 농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한다면 대도시 소비자들을 겨냥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브랜드의 규모화·광역화는 시급한 과제이다.
이 같은 점에서 농축산물 브랜드는 지역특성에 맞게 디자인되고 육성돼야 한다. 그러나 시장경제체제에서는 농축산물 브랜드의 광역화·규모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여기에다 품질의 균일화는 기본이다. 이 길이 바로 국내 농축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통적으로 지적돼온 농림사업의 문제점은 집중보다는 분산이었다. 지역적 형평성 등을 무시할 수 없다보니 우수한 경영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데 한계를 노출하곤 했다. 이제는 형평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옮겨가야 한다.
농림부는 농정추진방향을 선택과 집중으로 선정한바 있다. 이번 우수 브랜드 경영체 육성계획은 선택과 집중원칙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는 우수 브랜드 경영체 선정을 최소화하고, 선정된 브랜드가 광역화되고 나아가서는 국가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해야 한다. 우수 브랜드 경영체 육성은 바로 선택과 집중 정책기조의 시금석이 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