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FTA협상을 신속하게 끝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실리를 최대한 많이 얻어내는 일이다. 가능한 한 이익은 극대화하고 피해는 최소화하는 게 협상의 핵심이다. 협상의 속도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예상되는 축산업의 피해를 최소화는 협상전략을 정부에 촉구한다.
지난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11일까지 5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한·EU FTA 1차 협상은 탐색전 없이 곧바로 개방일정인 양허안을 주고받는 상황으로 급진전하는 양상이다. 우리 협상팀은 한·미 FTA협상 타결을 계기로 마치 자신감으로 충만한 듯 협상에 가속도를 내는듯하다. 1차 협상 첫날인 지난 7일 김한수 한국 수석대표가 “상품양허표를 협상 마지막 날 교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EU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농축산물 수입국이다. 우리나라가 DDA(도하개발아젠다) 농업협상에서 EU와 공동보조를 맞추는 것도 입장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EU가 전적으로 농축산물 수출 없이 수입만 하지는 않는다.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는 EU회원국들은 세계적인 품질을 자랑하는 치즈를 비롯한 낙농품을 많이 수출한다. 프랑스 와인은 세계적인 명품으로 통한다. 프랑스는 한때 우리나라의 가장 큰 돼지고기 수입선이었다. 덴마크 역시 양돈강국이다. EU의 양봉산업도 강력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 같은 EU의 수출품목들은 국내 낙농산업, 양돈산업, 양봉산업, 포도주산업, 전통주산업 등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농축산물 수입국이라고 해서 EU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U와 FTA 체결 시 피해가 불가피해지는 국내 농축산물의 경우 이미 협상이 타결된 한·미 FTA로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들이다. 엎친 데 덮치는 격이다. ''이들 품목이 무관세시대 경쟁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EU FTA 협상에서 국내 농축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EU는 농축산물 수입국으로 국내 농축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안일한 사고를 갖고 FTA협상을 진행하다가 자칫 큰 코를 다칠 우려가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FTA협상 타결로 인해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국내 농축산업계의 어려움을 십분 이해하고 EU와의 협상에서는 주요 농축산 품목을 반드시 개방에서 예외 시키도록 협상을 진행하고 타결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협상 타결 후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차선이다. 최선은 협상에서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정부와 협상팀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