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관련된 업무를 총괄하는 해양수산부가 신설된 지 11년째를 맞고 있지만 수산부문에 관심을 갖고 직무를 수행한 장관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동안 14명이나 되는 해양수산부장관들 대부분이 마지못해 수산분야를 언급하는 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산분야는 홀대를 받아왔다. 수산업계 내부에서 해양수산부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게 그 반증이다.
해양수산부 출범이후 줄곧 홀대를 받아온 수산업은 말 그대로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수산분야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울고 싶은 아이에게 뺨을 때린 격이나 다름이 없다. 수산업은 한·미 FTA라는 무관세 경쟁시대 도래도 큰 위협이지만 사실은 그 이전부터 위기상황으로 내몰렸다. 농축산분야는 농산물시장 개방이후 시설투자 확대로 생산과잉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지만, 수산분야는 가속화되는 어족자원의 고갈로 잡을 고기마저 없어지는 등 조만간 삶의 터전을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이처럼 수산업이 어려운 상황에 수산업에 애정을 갖고 자생력 회복을 강조하고 나선 강 장관에게 거는 수산업계의 기대는 남다르고, 클 수밖에 없다.
수산업의 자생력을 확보하겠다는 강 장관의 취임일성은 그냥 듣기 좋으라고 형식적으로 한 말이 아니라 확고한 의지가 담겨있는 것처럼 들린다. 강 장관은 취임사에서 “수산업의 자생력 확보 문제는 개방경제 하에서 앞으로 수산업이 나아가야할 밑그림을 그려내는 것”이라며 애정과 세심한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현장어업인, 관련단체는 물론 학계 등 전문가들과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최적의 대안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재 수산업은 살아남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 하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같이 중요한 시점에 해양수산부 수장이 수산분야에 지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자생력 확보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수산인들에게 큰 위안이며, 수산업의 앞날에도 기대를 갖게 한다.
강 장관은 임기동안 취임일성으로 내놓은 수산업 자생력 확보의 밑그림을 확실하게 그려야 한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는 먼저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강 장관은 로드맵에 따라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직접 챙겨야 한다. 그래야만 수산분야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제대로 된 밑그림도 그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수산업계도 해양수산부가 수산업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데 적극 협조를 해야 한다. 특히 수산관련 단체들은 적극적으로 수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제시해야 한다. 수산업의 주인은 사실 해양수산부가 아니라 수산인이다. 주인인 수산인이 수산업을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이고 책임이다.
이를 통해 수산업이 개방 파고를 이겨내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굳건한 토대가 마련되길 바란다. 아울러 수산업계의 기대와 바람을 하나하나씩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해양수산부장관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