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농림부의 쌀 수출추천은 국내 쌀 산업 여건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한다.
현 단계에서 쌀 수출이 일회성에 그칠지, 아니면 계속 이뤄질지, 그리고 수출량이 얼마나 될지 정확한 예측을 하기는 어렵다. 다만 쌀이 생산과잉인 상태 속에 친환경 재배가 확산되고 있고, 기능성 쌀 개발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양이 얼마가 됐건 쌀 수출추천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추천량이 많든 적든 우리나라가 쌀 수출국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향후 해외 바이어 알선, 수출 물류비 지원 등을 실시할 계획이며, 앞으로 쌀 수출에 관한 정보제공 등을 위한 설명회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는 정부가 쌀 수출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쌀 수출은 국내 쌀 산업의 외연확대를 예상할 수 있다.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국내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수요층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외국쌀 국내 시장 진입기회도 확대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쌀 수출이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WTO(세계무역기구)체제는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예외없는 관세화를 지향하기 때문에 쌀 수출추천은 개방화시대를 맞아 우리 쌀도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는 큰 의미를 갖는 동시에 반대로 외국쌀이 국내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되는 결과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즉, 당장은 2004년 쌀 수출국과의 관세화 유예 협상 결과에 따라 2014년까지 쌀 시장 완전개방 유보를 받아놓은 상태지만 그 이후 추가적으로 관세화 유예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쌀 수출 추천에 따른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까지 완전개방 유예는 받아놓은 상태지만 현재 진행 중인 DDA(도하개발아젠다)협상에서 쌀이 도마위에 올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완전한 관세철폐를 지향하는 FTA(자유무역협정)에서도 초민감품목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되고 있지만, DDA농업분야 협상에서 쌀을 아예 논의대상에서 조차 제외시키기는 아주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상황이 이와 같은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동안 금지해온 쌀 수출추천을 하게 된 데는 더 이상 쌀 관세화 유예를 받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쌀이 남아도는데 정부가 쌀 수출 길을 막고 있다는 마녀사냥 식 여론은 쌀 수출추천의 논의를 앞당기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 조직화로 시장대응력 키워야
따라서 국내 쌀 산업은 앞으로 완전개방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빠져들게 됐다. 2014년까지 쌀 시장 완전개방이 유예되고, 한·미 FTA협상 결과 쌀이 관세화 철폐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어느 새 쌀 완전개방 유예 시한도 7년밖에 남지 않았다. 국내 쌀 산업은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서 받은 쌀 완전개방 유예 10년 동안 경쟁력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사실상 실패를 했다. 그리고 추가로 10년을 유예 받았지만 이미 3년이 흘렀다. 역시 지난 3년간 무엇을 했느냐고 자문자답해도 만찬가지로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게 국내 쌀 산업의 현주소이다.
이 같은 상황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 국내 쌀 산업이 완전개방이후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비는 낮추고, 품질은 높이는 노력을 동시에 전개해야 한다. 생산비를 낮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국산 쌀값의 4분의 1에 불과한 중국산 쌀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품질향상은 기본이고 생산비를 낮추는 것도 필수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 쌀 재배농가들은 조직화에 나서야 한다. 농가간 조직화를 통해 규모화를 이룩하고, 시장대응능력을 키워나가야 쌀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전업농 중심으로 규모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규모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 한계를 미곡종합처리장 등을 중심으로 해 조직화하는 방법으로 극복해야만 쌀 산업은 완전개방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 구축이 가능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