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가 결국 ‘저농약인증’의 유예기간을 당초 2010년에서 2015년으로 4년 연장하는 선에서 타협을 본 듯하다. 저농약 인증을 받은 농가가 그 위 단계인 무농약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3년이 걸린다는 농가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저농약인증을 받은 농가들로서는 이 같은 조치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겠으나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식품부는 당초 친환경농산물인증, GAP인증 등 다양한 농산물 인증표시로 인한 소비자의 혼란방지를 위해 농산물 인증종류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아래 저농약인증을 폐지키로 방침을 정했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내년 7월 1일부터 신규인증을 중단하고, 기존 인증농산물은 2010년말까지 유예기간을 준 뒤 없앤다는 계획이었다.

친환경농가들은 그러나 저농약인증을 없앨 경우 일반농업이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과, 배 등 과수농가들은 영원히 친환경농업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 같은 정부정책을 비난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저농약인증을 받은 농가들의 반발은 더욱 강했다. 저농약인증을 통해 겨우 친환경농업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됐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저농약농산물을 2010년 1월 1일부터 폐지하고, 기존 인증에 대해서는 당초에서 4년간 연장한 2015년 12월 31일까지 유예기간을 주는 선에서 한발 양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식품부는 친환경농업의 어려움을 최대한 이해한 조치로 풀이되고, 관련농가들은 그 만큼 시간을 벌 수 있어 한 숨 돌렸다는 평이다.
그러나 시간을 늘려 준데서 만족해야 될지는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대부분의 친환경농가들이 저농약인증 폐지로 인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같은 고민은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저농약인증 농가들이 무농약인증으로 한 단계 뛰어오를 수 있는 기술개발과 함께 사과, 배 농가들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법 연구 및 관련 자재 개발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또 앞서나가는 친환경농가의 모범사례를 발굴해 이를 벤치마킹 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전국의 저농약인증 농가들을 비롯해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길 희망하는 일반농업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농식품부가 이 같은 노력을 해야 인증종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혼란 방지와 친환경농업을 육성,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농가반발 무마용으로 그치거나 저농약인증을 무농약인증으로 전환하는 것을 농가 ‘몫’으로만 떠넘길 경우 친환경농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길경민 농수산식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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