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생산성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는 농가가 적지 않은 상태라 이 농장은 뭐가 다를지가 궁금했다.
최첨단 시설에 자동화된 시스템, 최고급 사료에 남과 다른 사양관리 프로그램… 이런 것들이 있을 법 했다. 그러나 야곱농장은 여타 다른 양돈 농장과 크게 다른 곳이 아니었다. 이유자돈사(6개 돈방), 육성비육사 3개동, 임신돈사 및 후보돈사, 분만돈사(25개 분만틀), 분뇨처리 시설 등을 갖춘 보통의 양돈농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MSY 25마리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걸까.
시설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야곱농장에서는 다른 농장과 분명 차이 나는 것이 있었다. 제일 큰 차이는 이 농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누구라 할 것 없이 반드시 머리에서 발끝까지 ‘샤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갔다가 다시 들어갈 경우에도 또 다시 ‘샤워’를 해야 한다. 샤워 후에는 속옷부터 양말까지 농장에서 마련해 준 옷으로 갈아입고 농장을 출입해야 한다. 농장 입구에서 1단계로 분무소독을 하고 2단계로 샤워를 한 후에야 농장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농장을 취재하면서 홀딱 벗고 ‘샤워’를 해 보긴 이번이 처음이다. 기껏해야 가운 입고 모자 쓰고 장화를 신기는 했어도 말이다.
차단방역을 위해 농장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를 해야 한다는 얘기는 누구나 한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는 농장은 별로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약간의 번거로움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안 하고 그냥 넘어가는 일이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물론 야곱농장의 성공에는 이것 말고도 3주 그룹관리와 건식급이기 사용 등 다른 원인들도 작용한다. <본지 2803호 참조> 그러나 차단방역, 축산업을 유지시키는 가장 기본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듯싶다.
샤워시설을 갖추고 샤워를 하는 것은 그리 많은 돈이 드는 일도 아닐뿐더러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우리의 인식만 바꾸면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농장들이 인식을 바꾸고 그대로 실행해서 수 억 원대의 소득을 올리는 것을 우리 눈으로 확인하면서 왜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는 걸까. 현장의 많은 컨설턴트들이 생산성 문제를 논하며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한결같이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있는 게 뭐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당장 오늘부터 ‘샤워’하고 농장에 들어가는 습관부터 들여보자.
<최상희 축산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