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도시 속에 살다보니 수십여 년 전 시골 고향에서 먹던 막걸리란 말이 생소하게 들렸다.
막걸리는 시골 고향을 그립게 하면서 농촌, 농업과 함께 살아온 우리 민족의 전통 농주가 아닌가.
농촌에서 막걸리는 없어서는 안 되는 대표 먹을거리였다, 농민들이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 새참으로 먹는 막걸리 한잔,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마시는 막걸리 한잔, 그 맛은 우린 농민들과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있지 않은가.
막걸리는 삼국시대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전통주이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서 소주, 맥주 등 타 주류에 밀리면서 그동안 서자로 밀려나고 말았다.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에서 ‘술 익는 마을의 타는 저녁노을’ 시구처럼 막걸리는 우리의 입맛을 돋우는 한 음식으로, 1960년 중반까지 집집마다 막걸리를 만들어 먹었다. 그런 막걸리가 1960년 중반부터 식량 문제로 인해 법으로 주조가 금지 시 되면서 집집마다 다른 맛을 낸 막걸리의 정통성이 사라져 갔다. 1990년대부터 이 법이 풀렸지만 수천 년을 이어온 전통 막걸리의 맛을 지금 찾아볼 수 있을까.
막걸리의 주원료는 쌀이다. 최근 쌀이 남아돌면서 쌀 소비에 정부와 농협, 쌀 관련단체 등이 쌀 소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쌀 재고 처리를 위해 쌀 막걸리와 같은 쌀 소비 제품을 개발해 이 문제점을 해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막걸리가 쌀 수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한번 정도는 정부에서 검토해 볼 필요성은 있는 것 같다. 과거 식량문제로 금지된 막걸리 제조를 이제는 정부차원에서 권장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나 생각된다. 그리고 현재 막걸리의 97%정도가 값싼 수입쌀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막걸리의 국내산 쌀 사용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 유명 전통주 한 업체도 막걸리 제품에 수입쌀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막걸리 가격이 저가이다 보니 이 가격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국내산이 아닌 수입쌀을 원료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걸리 제조사에게 물어보고 싶다. “우리 선조들이 즐겨마시던 막걸리를 우리 세대에 와서 수입쌀로 만들면서 막걸리 소비확대를 바라고 있는지.” 막걸리는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대표 음식문화이다. 쌀 재고로 걱정이 쌓여있는 농민을 생각하면서 이참에 국내산 쌀로 원료를 바꾸어 보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
막걸리 제조업체들이 국내 쌀 촉진에 앞장서 주고, 정부당국에서도 이들 업체들이 국내산 쌀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 주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양정권 농어촌경제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