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제주산으로 국한되긴 하지만 9년만의 성과다.
잘나가던 돼지고기 수출은 지난 2000년 구제역발생으로 전격 중단됐다.
돼지고기는 수출이 중단되기 전까지 연간 3억 달러나 수출하는 제1의 수출 품목이었다.
농축산물도 수출로 외화벌이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었던 ‘효자품목’이었던 것이다.
또 돼지고기 수출은 농가들에게는 실질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것과 동시에 국내에서는 소비가 어려워 항상 수급 문제를 초래했던 비선호부위를 소진시키는 판로였다는 측면에서 1석 2조, 3조의 효과를 냈던 것이다.
여기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규격품’을 생산해 내야 하는 만큼 품질경쟁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됐던 건 당연지사.
그러다 수출이 중단된 지난 9년 동안 국내 돼지고기 품질 수준은 추락했다.
비단 수출이 중단된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국내 생산성 지수는 MSY(모돈당 연간 출하 마리수) 14마리라는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생산단계의 관리 수준뿐 아니라 도축과 유통 등 생산이후의 전 과정도 후진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
많은 우여곡절과 밀고 당기는 지리한 협상을 통해 어렵사리 일본 수출길을 열어 놓긴 했지만 정작 지금 수준으로는 수출 물량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게 수출업자들의 솔직한 심경이다.
그 사이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연이어 터진 식품 안전성 사고 여파로 일본 자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 시장을 놓고 함께 경쟁하는 상대국들의 돈육 품질 수준은 9년 전에 비해 현격히 높아져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일본으로의 수출이 재개된다고 예전의 ‘명성’이 저절로 되찾아 질지는 만무하다.
일본시장은 국내에서 남아도는 등심·안심 등 비선호부위를 그냥저냥 내다파는 쉬운 판로가 아니다.
그렇지만 일본 시장은 우리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알짜배기’ 시장이다.
상대국들보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잇점이 있을 뿐 아니라 국내보다 소득수준도 높아 가격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시장이다.
일본에서 요구하는 품질 경쟁력만 제대로 갖춰 준다면 우리로서는 꽁먹고 알먹을 수 있는 정말 좋은 시장인 것이다.
9년 만에 어렵게 재개된 수출 시장을 예전처럼 가동하기 위해서 생산자와 관련업계 모두 머리를 싸매고 지금 뭘 해야 할지 진중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