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의 마케팅 능력이 떨어지고, 농민들은 이 때문에 스스로 판로를 개척하며 농산물을 처리해야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마케팅 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개별판매를 할 경우 더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어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농협에 믿고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해마다 농협 개혁이 농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심지어는 ‘생살’을 떼어내는 심정으로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주장하게 된 것도 이 같은 농협의 불신이 팽배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농협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솔직히, 마케팅 능력이 없는 지역농협도 있고, 돈 장사가 쏠쏠하다는 이유로 경제 사업을 등한시 하는 지역농협이 있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란 것이다.
농협의 역할과 본분을 다하기 위해 노력도 하고, 심지어는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대도시 유통업체를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농협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불신으로 농산물 확보가 어렵고, 설사 확보한다 하더라도 품질 좋은 농산물은 개별적으로 판매하고,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농산물만 맡긴다는 게 농협의 불만이다.
결국 농민은 농협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농산물을 출하할 수 없고, 농협은 농민들이 농산물을 출하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 사업을 원활히 할 수 없다는 책임공방만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농민과 농협이 책임공방만 벌이고 있는 사이 농협의 역할은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정말로 생살을 떼어내야 하는 아픔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농협의 신·경 분리가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고, 신·경 분리가 현실화 될 경우 농협의 정체성인 경제사업의 존폐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농협의 주인인 농민이 먼저 나설때가 됐다. 경제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채찍질도 하고, 야단도 쳐야 한다. 여기다가 농협이 경제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 즉 농산물을 전량 맡겨 보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란 판단이다.
농협이 밉긴 하지만 버릴 수 없다면 농민 손으로 농협을 개혁시킬 수도 있음이다. 경제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고품질의 농산물도 맡겨 보고, 대형유통업체의 바잉파워와도 경쟁할 수 있는 물량도 맡겨 보자는 것이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식의 논란만 벌인 채 주인으로서의 책임을 미루고 있을 경우 농민의 재산인 농협이 점점 제구실을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노릇이다.
<길경민 농수산식품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