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의 FTA 체결을 위한 가서명을 한 지 고작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최근 유럽산 축산물을 국내시장에 홍보하기 위한 각종 마케팅 세미나가 연달아 열리고 있다. EU가 그동안 마케팅 측면에서 공격적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과의 FTA 서명 때보다 체감도가 높게 느껴진다.

최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국가는 프랑스다. 지난 20일 주한프랑스대사관 주최로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한불치즈세미나’를 개최, 1000가지가 넘는 자국의 치즈시장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이에 앞서 17일에는 프랑스돈육협회와 프랑스농수축산사무국 주최로 ‘프랑스 돈육 세미나’가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귀욤 루에 프랑스돈육협회 회장은 “프랑스가 유럽 회원국 내에서 한국 시장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25%의 관세철폐는 프랑스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 시장에 대한 기대심리를 표현했다. 국내로 수입되는 프랑스산 삼겹살이 적지 않은데다 최근 발효햄 등 고급 가공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프랑스로선 새로운 수출 시장을 선점하고 싶은 기대치가 높은 것이 사실일 것이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앤드류 버터워드 교수도 지난 9월 한국가금학회 심포지엄에 참석해 EU의 육계 복지체계를 역설했다. EU는 산란계에 대한 동물 복지 차원에서 오는 2012년부터 케이지 사육을 전면 금지토록 하고 있다. 동물복지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국내로서는 동물복지를 위해 케이지 사육을 금지한다는 것 자체가 먼 얘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유럽이 동물복지를 주창하는 그 근간에는 수준 높은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더 안전하고, 더 위생적인 축산물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니즈(Needs)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는 트렌드를 감안할 때 동물복지로 포장된 유럽산 육계산물은 그 만큼의 경쟁력을 앞서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유럽산 축산물을 한국 시장에 내다팔기 위한 차원 높은 마케팅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명도 하기 전에 한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을 볼 때 내년에 협상이 예정대로 체결된다면 EU 각국들이 앞 다퉈 더 세련된 방법으로, 더 다양한 전략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해 올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유럽산 와인이 빠른 시간에 급성장했던 사례를 지켜보면 치즈시장이나 돈육시장, 발효햄 등 육가공품 시장이 한순간에 장악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손 놓고 있는 사이 한 순간에 코를 베어 가지 않을지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때다.
<최상희 축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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