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12~2월 축산관측을 통해 이 기간 중 한우산지가격은 한우고기 수요증가와 송아지 입식의향 증가에 따라 전년보다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한우가격이 내년 2월 설을 지나면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지나친 송아지 입식 자제를 강조했다.
이은주 천하제일사료 비육우PM은 지난달 26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 ‘제17회 한우 고급육 생산을 위한 연구모임’에서 ‘2010년 한육우 전망 및 농장 고수익 창출방안’ 발표를 통해 내년 한우가격 5~7% 하락을 전망했다. 한우 사육마리수와 도체중 증가에다 쇠고기 수입도 늘어나면서 한우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우가격 하락 우려는 이미 지난여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8월말 남호경 회장 명의로 한우농가에게 발송한 ‘좋을 때 일수록 어려운 때를 대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서신을 통해 무분별한 송아지 입식 자제를 당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같은 시점에 표한 축산관측을 통해 지나친 송아지 입식 자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당부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우 송아지 입식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진단이다.
앞으로 한우가격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여름부터 송아지입식자제가 강조되고 있지만 입식 열기는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다. 입식자제는 좋은 방안이 아니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입식자제는 한우비육농가를 위한 대책은 될 수 있지만 번식농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육농가들이 입식을 자제해 한우송아지 가격이 떨어지면 번식농가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입식자제는 앞으로 닥칠 비육농가의 피해를 미리 번식농가가 떠안아 주는 격에 불과하다.
특히 비육농가가 한우송아지 입식을 자제한다고 당장 한우사육마리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비육농가가 입식을 자제한다고 해서 지금 태어나 있는 송아지가 시장에서 격리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태어나 있는 송아지는 어떤 형태로든 사육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한우번식농가는 계속해서 송아지를 생산해야하며, 지금 암소 배속에 들어있는 송아지도 태어날 수밖에 없다. 송아지가격이 폭락해 사료비도 건지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해야만 번식용 암소가 도축장으로 향하게 되면서 한우사육마리수가 줄어들 게 된다. 입식자제가 듣기 좋은 말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내년에 한우가격이 하락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내년에 한우가격이 5~7% 하락한다고 해서 한우 송아지 생산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한우가격이 폭락하기 전에는 한우 송아지 생산은 지속될 것이고, 이 같은 상황의 지속은 한우가격 폭락 가능성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예상되는 한우가격 폭락사태를 막는 길은 한우농가 몫이다. 스스로 생산조절에 나서지 않으면 한우가격 폭락사태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비육농가와 번식농가의 지혜로운 대처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