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는 질병하나 발생하지 않고 참 순탄한 연말을 맞이하나 싶더니 웬걸 돼지에서 신종 인플루엔자A가 발생하는 일이 터졌다. AI(조류인플루엔자)나 돼지열병, 구제역 등 가축질병은 발생하기만 하면 업계가 그 여파로 ‘휘청’했던 적이 적지 않았던지라 ‘질병이 터졌다’는 얘기만 들어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축산농가들이 많다.
특히 지난해 고병원성 AI로 가금업계가 겪었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인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과도한 오해로 소비가 급감, 업계가 고사위기에 내몰렸던 것이다.
올 들어 발생된 신종 인플루엔자의 경우도 자칫 이 같은 우를 되풀이할 뻔 했었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당초 돼지에서 기인, ‘돼지 바이러스’(SI)라는 이름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그 여파가 양돈산업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당시, 양돈업계와 정부, 국회가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새로운 질병의 용어를 ‘신종 인플루엔자’로 명명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혜롭게 대응한 케이스이다.
자칫 가격 급락 사태로까지 이어질 사안을 완만히 해결하면서 올해 양돈 농가들의 돼지수취가격은 어느 해 못지않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같은 사안들을 지켜보면서 산업을 휘청거리게 만들 만한 중차대한 사안일지라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며 얻은 느낌이다. 반대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사안을 대응을 잘 못해 그르치는 일도 적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이번에 돼지에서 발생된 신종 인플루엔자는 돼지 자체에는 사실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발생되는 증상도 콧물이나 발열, 기침 등이라 웬만해서는 질병이 생겼다는 사실 조차도 잘 알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다. 이번에 감염 사실을 확인한 것도 농가의 신고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상시적으로 실시한 모니터링을 통해서다. 돼지에 미치는 영향도 7일만 지나면 항체가 생겨 돼지를 정상적으로 출하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생산성이나 출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인체에 다시 감염되는 사태에 대한 우려다. 돼지에서 사람에게 전파된 사례도 없지만 이 같은 우려를 잠식시키기 위해 우선 아직 접종하지 않는 양돈업 종사자들은 백신접종을 서두르고 자기 농장 돼지들의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농장 준수사항을 지키고 농장에서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인 차단방역을 어느 때보다 철저히 해 나가면서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게 대응하자.
<최상희 축산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