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가격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추석을 앞둔 지난달 28일 지육기준 kg당 2675원까지 폭락했던 전국 평균 도매가격이 추석을 기해 반짝 오름세를 보이며 3000원선을 회복하는가 싶더니 지난 9일부터 다시 하락하기 시작해 15일에는 2971원으로 3000원대가 또다시 무너졌다.

당초 정부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서 10월 돼지고기 가격을 3100~3300원으로 전망했던 것을 보면 예상보다 돈가 하락의 심각성이 더욱 심한 것 같다.

정부와 양돈조합, 대한한돈협회가 나서 수매, 소비촉진, 도태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오히려 구제역 이전 보다 많아진 돼지 마릿수를 감당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양돈업계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길 바라는 심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금도 전국의 양돈농가들은 생산비 이하로 폭락한 가격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사태에 불안감만 가중되고 있다.

양돈산업은 주식인 쌀과 함께 농림업 생산액의 1·2위를 다투는 중요한 산업이다. 양돈산업의 비중만큼이나 피해 여파도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양돈산업의 지속적인 유지·발전을 위해선 생산자인 양돈농가의 경영안정이 담보돼야 한다. 양돈농가를 취재하다 보면 ‘지금은 양돈산업에서 희망을 보지 못한다’는 하소연과 함께 ‘희망이 있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참고 기다릴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그러나 더 이상 양돈업을 영위하지 못할 정도로 농가의 경영이 악화된다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면에서 축산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의 경우를 보면 생산비보다 낮은 가격이 형성될 경우 일정수준 보전해 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미국은 2000년 ‘농업위험보험법(ARPA)’을 제정해 가격이 일정수준 이하로 폭락했을 때 손실분의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 주고 있다. 축산의 경우 가축위험보호보험과 가축총수입보험이 있는데 정부가 일정부분 보험료를 보조해 줌으로써 가격 폭락시에도 농가가 일정수준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일본은 정부와 농가가 반반씩 부담해 모은 기금을 통해 생산비 이하로 가격이 하락할 경우 차액의 80%를 보전하는 ‘양돈농가 경영안정 대책’을 추진 중이다.

양돈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비중을 생각할 때 이제는 단순히 수급이나 가격에만 초점을 맞춘 대책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산업의 안정을 도모키 위한 양돈농가 경영안정망 확충에도 정부가 나서 고민할 때이다.

박유신 축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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