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이 쏟아져나오는 수확기인데도 불구하고 산지 쌀값이 이례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5일 현재 산지 쌀값은 80kg당 17만 2904원으로 수확기 대비 4.1%, 전년 동기보다 5.3%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볼라덴, 덴빈 등 연이은 태풍 피해로 올해 쌀 수확량이 줄어들었기 때문. 실제 통계청의 9·15작황 조사결과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407만 4000톤으로 지난해보다 3.5%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2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백수 피해로 인한 벼 품질이 평년보다 못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으며 도정 수율 역시 2~3% 더 하락할 것이란 현장의 얘기가 전해지면서 앞으로 쌀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가 반영되고 있는 듯 싶다.

농림수산식품부는 9·15작황 발표 이후 부랴부랴 시장 안정 차원에서 ‘수급에는 문제 없다’고 서둘러 발표했지만 아직 쌀 값 상승세가 꺾이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발표를 시장에서 아직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듯 싶다.
농식품부가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이유는 내년도 민간 신곡수요량을 계산해본 결과 수요량을 약 6만톤 정도, 초과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최근 추세대로 전년대비 1.3kg줄어든다고 가정하고 밥쌀용 351만 2000톤, 가공용 13만톤, 종자용 3만 7000톤, 감모 33만 6000톤으로 계산한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2012년 양곡년도말 정부쌀 이월재고가 84만 2000톤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FAO(유엔식량농업기구)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 72만톤을 넘어서며 내년에 신곡으로 도입되는 밥쌀용 수입쌀 20만 7000톤까지 감안하면 신곡수요량보다 26만 6000톤 초과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9월 하순 이후 기상여건이 양호해 실수확량도 예상생산량보다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내년에 신곡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같은 정부의 발표를 아직 시장에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진 않다. 그러나 대다수의 쌀 전문가들은 빠듯하긴 하지만 정부의 발표대로 전체적인 수급은 맞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일시적인 가격 급등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물가안정’을 이유로 저가의 ‘수입쌀’을 마구잡이로 시장에 풀 경우다.
그동안 주로 식당가 등으로 유통돼 오던 저가의 수입쌀이 ‘밥상용’으로 팔리기 시작한다면 어렵게 지켜온 국내 쌀시장을 시나브로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물가는 안정될지 몰라도 지난 국감에서 지적된 것처럼 수입산과 햅쌀을 혼입해 판매하는 부정 유통업자들이 극성을 부리는 것은 물론 저가미 시장을 수입산이 차지하게 될 공산이 적지 않을 것이다.

농가들의 영농의욕이 또다시 저하되는 것은 물론이다.
산지 시장 주체들 역시 지나친 기대심리로 쌀 가격을 왜곡하는 우려를 범해서는 안되지만 ‘물가 안정’이 자칫 ‘쌀 시장’을 붕괴시킬 수 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밥 한공기 값은 고작 200여원 남짓밖에 안된다. 4인 가족이 모두 함께 밥을 먹는다해도 1000원도 안된다.



<최상희 농수산식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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