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농식품호(號)의 험난한 항해를 이끌 초대 선장에 이동필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이 자리를 맡았다. 이 장관은 농업·농촌 문제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가지고 있고 많은 현장경험을 갖춘 만큼 우리 농식품분야 발전을 이끌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릇 행정기관의 장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라 소관 사무를 통할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권한과 책임을 갖는 등 중요한 역할을 갖는다.
선진국의 연구모형에 따르면 장관의 업무 유형을 정책설계형, 정책선택형, 조직관리형, 대사형, 소극형 등 5가지 스타일로 분류한다고 한다.
우선 정책설계형(Policy Initiator)은 장관 자신이 직접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분석해 대안을 선정하는 유형이다. 정책선택형(Policy Selector)은 제시된 정책 대안중 하나를 선택하는 유형으로 기존부처 정책의 틀 속에서 일하는 스타일이다. 조직관리형(Executive Ministers)은 정책 개발이나 선택보다는 주로 부처 조직의 인사나 운영, 부하공무원의 사기제고 등에 치중하는 유형이라고 한다. 또 대사형(Ambassador Ministers)은 부처의 중요현안이나 정책을 조직외부에 알리거나 타 부처와 업무를 조정하고 부처의 대외적 위상이나 이미지를 높이는 일에 비중을 두는 유형이다. 외부관계자(정당, 의회, 타부처 등)와 잦은 접촉을 통해 해당분야의 발전을 이끄는 형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소극형(Minimalists)은 부처의 정책문제나 부처 업무와 관련된 대외 접촉에는 별관심이 없이 장관자리만 지키는 유형으로 보신형 혹은 면피형이다.
이동필 장관이 어떠한 유형으로 농식품호를 이끌지에 대해 모든 농업인 및 관계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어떠한 유형이 됐건 이는 이 장관의 몫이다. 다만 농식품분야 발전을 우려케하는 소극형 장관이나 조직관리형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부분 농업계 관계자들의 주문이다.
이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복지농촌건설, 농가소득증대, 농림축산업의 신성장 동력화, 유통구조개선, 안정적 식량수급 체계 구축 등을 5대 핵심과제로 삼고 중점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핵심과제 달성을 위해서는 예스맨(YES-MAN) 역할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물론 장관은 대통령이 갖는 국정철학을 받아들여 그를 이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에 입각해 위정자를 설득하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노맨(NO-MAN)이 될 수 있어야 농식품분야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시절 농정분야에 수많은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대표적 농정공약인 ‘대통령직속 농식품·농어촌대책위원회’ 설립 운영은 물건너 갔고 여기에 정부조직개편상 식품업무를 식약처에 이관토록 하는 등 농업분야 홀대로 농업인들은 배신감에 가득차 있다.
이 장관은 이러한 농업분야의 불만을 불식시키고 농업인들이 바라는 농정방향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시각을 돌려야 하는 책무가 있다.
이러한 대사형(Ambassador Ministers) 장관을 우리 농업인들은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필 농식품부장관이 어느 방향으로 조타키를 돌리느냐에 따라 우리 농식품호는 순조로운 항해를 통해 선진농업국에 도착할 수 도 있고, 자칫 암초에 걸려 좌초해 후진 농업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