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적 기능 존중하고 상향식 전환 위한 합의 필요
유망한 예비·후계농업인에 융자 2억원 자금지원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미래농업 모델 개발

[농수축산신문·농정연구센터·지역농업네트워크 공동기획]

우리나라 농업 정책은 중앙정부가 농림사업을 기획, 예산을 배정하고 있으며 지방자치정부는 재원의 조달이나 중앙정부의 매뉴얼에 따른 국고보조사업 관리 등 하향식 정책에 의존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농업은 관광이나 첨단 바이오, 화장품 등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 등이 농업을 토대로 할 만큼 모태 산업으로 불린다. 제주도에서는 66만명이 넘는 인구가 생활하고 있으며 변화의 중심은 농업인이라는 생각으로 협치농정을 추진하고 있다. 본지와 (사)농정연구센터, 지역농업네트워크는 지난 1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와의 농정대담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재정립 방향에 대해 모색했다. 이날 원 도지사는 지방농정의 활성화 방안과 제주도의 주요 농정에 대해 밝혔다. 이날 농정대담의 주요내용을 정리했다.

[글 싣는 순서]
<上> 원희룡 제주도지사 농정 대담
<下> 제주특별자치도의 농정체제와 사업분석

일 시 : 2017년 6월 15일
장 소 : 제주특별자치도청
대담자 :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최기수 농수축산신문 발행인
정 리 : 박현렬 기자
사 진 : 엄익복 기자

 

최기수 발행인 =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다. 획일적인 중앙농정체제에서 벗어나 지역농업을 살릴 수 있는 지방농정 활성화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제주도는 특히 제주도만이 할 수 있는 농업구조도 갖고 있다. 제주도의 지방농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원희룡 도지사 = 지방농정의 분권을 사전에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는 재정자율성 등 제대로 된 지방분권이 필요하다. 지방농정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며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존중하고 상향식 전환을 위한 합의가 필요하다. 제주도의 농정은 협치농정으로 변화의 중심에 농업인이 있다. 계획을 잘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현장 농업인들의 참여와 지지가 없다면 한 발자국도 나아가기 어렵다. FTA(자유무역협정) 대응 농축산업 경쟁력 강화, 제2 물의 혁명, 도 전역 농업용수 광역화 추진, 세계로 통용되는 명품감귤 생산, 친환경축산업 육성 등 근본적인 농업의 체질개선과 작지만 강한 농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협치가 중요한 기반이다. 생산자단체인 농협과의 협치를 강화하기 위해 제주농정발전협의회를 정례화했으며 광역자치단체로는 선도적으로 올해 안에 농업회의소 설치를 준비 중이다.

 

최기수 발행인 = 제주 감귤은 뉴질랜드의 제스프리와 같은 마케팅보드로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여건을 갖고 있으나 잘 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와 감귤 마케팅보드 방안에 대한 소견은.

원희룡 도지사 = 뉴질랜드 제스프리는 세계 전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이다. 우수한 품종과 품질경쟁력을 토대로 국가별 소비시장 물량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보드 역할이 가능한 것이다. 제스프리에 뉴질랜드 전체 키위 농가의 90%가 소속돼 있으며 뉴질랜드 정부는 1999년 키위산업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제스프리에 키위 수출 독점권을 부여하는 등 법률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국내 감귤의 99%가 재배되는 주산지이지만 FTA(자유무역협정)로 과일수입 급증, 경쟁과일의 품질향상, 농감협 유통점유율 50%로 마케팅보드 역할에 한계가 있다. 제주도는 감귤 마케팅보드 역할을 하기 위해 산지가격결정권 확보를 위한 유통대전환(산지전자경매 도입), 통합마케팅 위한 감귤명품화추진단 설치, 감귤유통조절명령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최기수 발행인 = 농어업의 가장 큰 문제는 후계인력 확보다. 제주도의 농어업 후계인력 대책과 보완방안은.

원희룡 도지사 = 기본적으로 유망한 예비농업인, 후계농업인에게 융자 2억원 등 자금지원, 경영·기술 교육 및 컨설팅, 리더십 교육, 해외 선진지 벤치마킹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제주도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45명의 후계농업인을 선정하는 등 보다 많은 후계농업인 배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장에서 안정적인 영농 창업활동을 위해서는 융자지원금을 5억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스마트팜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농업과 관광을 연계한 6차 산업화, 농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읍면소재지에 교육, 복지, 문화 중심기능을 확충하고 서비스를 확산하는 등 농촌 중심지 활성화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기수 발행인 = 제주도는 주축이 밭농업이며 작목도 제주만의 특징이 있다. 그러나 지나칠 정도로 감귤 중심이라는 인상이 짙다. 양파, 당근 등 노지채소는 안정적 생산시설 기반이 빈약하고 산지유통시설도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지채소의 안정적 생산을 위한 생산시설 기반확대와 산지조직화 대책은.

원희룡 도지사 = 농산물 가격안정관리제도와 연계한 전산개발 프로그램 개발과 월동무, 양배추, 마늘 등 종합정보 관리 시스템 구축 등 밭작물 종합정보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신기술을 접목코자 시설원예 ICT 융복합사업 확산, 첨단 ICT를 활용한 스마트관광과 스마트팜 추진, 특화품목(메밀, 월동채소류 등) 가공산업 인프라를 확충했다. 뿐만 아니라 제주형 신품종 개발 및 종자 공급, 소비트렌드 변화에 맞춘 새로운 소득작물 도입, 월동채소 과잉생산 해소를 위한 새로운 재배양식 보급 등 고부가가치 종자산업 육성과 월동채소의 안정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제주도는 정부에 제주형 식품산업 스마트 연구센터 설립, 권역별 거점 식품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을 제안했다.

 

최기수 발행인 = 화석에너지 제로를 목표로 한 정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과 자원, 환경을 아우르는 에너지정책이라고 함축해 표현할 수 있다. 에너지정책은 단순한 청정한 환경의 유지·보전만이 아니라 식품안전은 물론, 농가소득과도 직접적으로 연계시킬 수 있다고 본다. 화석에너지 제로 에너지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역자원, 지역농업과 연계한 신재생에너지 발굴 등으로 농가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은.

원희룡 도지사 = 제주도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전기차 100% 보급과 전체 에너지원을 전기로 조달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020년까지는 제주 전역에 스마트 그리드를 확산하고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또한 2030년까지 제주도를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섬으로 만들 예정이다. 농촌마을은 소규모 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자급자족하고 있다. 현재 감귤 폐원을 중심으로 땅만 농업인이 임대를 해주면 태양광 발전 사업자가 들어와서 전기사업을 진행하고 임대료를 지불하는 형태의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감귤농사가 잘 안될 경우 작물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 한 곳의 농지에서 계속 경작해 품질이 떨어지고 수확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량농지는 조직화를 통해 고품질 농업생산의 주축이 되고 한계농지는 태양광 농사로 에너지를 자립, 농업인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이를 통해 환경은 보전하고 새로운 미래 농업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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