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마을, 공동체가 참여하는 콘텐츠로 어촌활력 이끌어내…'준비된 어촌'
어촌산업과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읽고
대응할 수 있는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

 

 

박상우 KMI 어촌연구부장
박상우 KMI 어촌연구부장

경주 도심을 벗어난 바닷가에 위치한 31번 국도. 31번 국도를 따라 포항시를 향해 가다보면 경주와 포항의 경계 즈음의 우측에 마을을 끼고 있는 연동항을 볼 수 있다. 13척의 소형 어선이 주로 이용하는 연동항은 이웃한 포항시에 비해 어업세력은 작아도 어촌경제의 중심지이자 어촌리더의 열정과 주민들의 협력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지방어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투입한 74억 원의 마중물은 300억 원 가량의 민간투자와 합쳐져 소멸위기의 어촌마을을 국민들의 쉼터이자 마을주민들의 경제활동 중심지로 변모시켰다. 그렇다면 연동항에 투입된 74억 원이 소멸위기에 놓인 어촌마을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필자를 비롯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연구진과 농수축산신문 기자가 함께 연동마을을 찾아 어촌사회의 변화를 위한 동력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가능성에 대해 살펴봤다.

 

# 열정무사 사무장과 주민이 함께 만들어낸 ‘준비된 어촌’

체감온도가 영하 15도를 밑돌 정도로 한파가 극성이던 날, 필자는 연동항을 다시 찾았다. 연동마을에 들어서니 몇 해 전부터 만나왔던 이영민 연동해요협동조합 이사장은 추운 날씨에도 연구진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그는 다소 지친 모습에도 불구하고 연동항 어촌재생과 최근 마을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지난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으리라.

필자 역시 지난 4년 간 리빙랩을 통해 주민들과 함께했던 과정들이 연동마을 동영상과 함께 겹치면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2년 전 그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연동항이 준공되면 운영 중인 어촌체험을 연계해 플리마켓(소규모 주말장터)과 연동마을 축제를 주민과 함께 이뤄내고 비록 어업 세력이 크지는 않지만 연동항을 찾는 방문객과 함께 지속 가능하게 발전해 나가는 어촌을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연동항은 지난 2014년 어촌체험마을 조성을 통해 마을어장을 유어장으로 지정하고 해양레저체험과 숙박시설, 카페, 짚라인 등 운영경험을 통해서 연평균 5000명 규모의 방문객이 찾으면서 마을사업의 발판을 다지게 됐다. 이후 2020년 어촌뉴딜사업을 시작하면서 연동항 발전의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됐다. 이 이사장은 마을사업의 성공요인으로 사업과정에서 주민 갈등이나 사업지연 없이 3년 만에 완공된 점을 우선 꼽았다. 연동항과 그 주변의 환경개선과 친수공간 조성은 펜션 숙박객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연동해요협동조합은 연동항을 찾는 방문객들과 주민들이 함께 소통하고 즐길 수 있도록 2023년에 어촌체험과 플리마켓, 어부장터, 문화공연 등 ‘연동마을축제’를 시작하면서 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어촌의 매력과 즐거움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적극적인 사업참여 기회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기회가 됐다. 이후 특급호텔 셰프를 통해 전수받은 향토요리를 판매하고자 야간장터에 참여하고 마을 주변에 위치한 펜션 숙박객들을 위한 조식 룸서비스(샌드위치와 커피) 제공 등 다양한 노력도 이어졌다.

이 이사장과 마을주민들의 콘텐츠는 어촌사회가 어업생산을 넘어 소득원을 다각화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데서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농산어촌의 마을사업들은 주민참여와 소득분배 등 잠재적 갈등요소도 존재한다. 연동항 역시 지금 그 과정을 겪고 있고 성장 과정에서 꿈틀대는 성장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준비된 어촌의 리더와 주민들의 역량이 기대되는 곳이다.

 

# 연동항 어촌재생에서 불어온 변화의 바람

연동항에서 불어온 변화의 바람은 준비된 어촌 만들기를 위한 마을리더와 주민의 지속적인 노력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마을 안팎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난 것은 2023년 총 22개의 풀빌라와 펜션(농어촌민박)들이 주변에 빠르게 들어섰고 많은 가족단위 방문객들과 젊은 연인들을 마을에서 만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연동항에는 어촌어항재생사업 전에는 숙박시설이 6개소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고급형 풀빌라의 성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촌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바다풍경과 여유로운 감성 등이 생산기능의 어촌에서 관광서비스 기능이 더해져 누구나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어촌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74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어촌재생사업을 통해 어항환경정비와 친수공간 조성 등이 이뤄졌고 이같은 재정투자가 마중물이 돼 감포트라제 풀빌라 9개 동이 조성되는 등 중·소규모의 민간투자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새롭게 들어선 숙박시설은 무려 약 3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물론 정부의 재정투자가 민간투자를 이끌어낸 것이 아니라 그저 우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민간사업자와 마을 간 협력과 상생을 위한 노력을 고려해 본다면 우연한 결과라기보다는 정부의 정책사업을 통해 정돈된 마을환경과 방문객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주민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일궈낸 ‘준비된 어촌’이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민간투자로 조성된 풀빌라와 펜션에는 연동항 소개, 연동 어촌체험마을, 마을에서 운영하는 연동카페 등이 상호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노력들을 찾아볼 수 있다.

 

# 연동마을의 어촌 활력과 앞으로의 도전과제

소멸위기의 어촌을 이대로 둔다면 머지않아 텅 비어버린 어촌마을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연동에서 고군분투하는 이 이사장과 주민들의 모습에서 어촌사회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시사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동항은 어촌어항재생사업으로 단순히 하드웨어에 매몰되는 것이 아닌 공동체가 함께하는 콘텐츠를 꾸려 마을사람들이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간 어촌어항재생사업이 이뤄진 어촌마을의 상당수는 무리해서 새로운 건물을 짓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그 이후에 고민하고 있다. 연동항은 이들 마을에 하나의 참고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촌의 활력을 높이는데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며 정부가 실시하는 재정사업은 사업을 통해 조성할 수 있는 시설과 지원방법의 측면에서 경직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즉 정부의 재정투자를 마중물로 민간투자를 적극 끌어들여서 빠른 변화와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것이다. 연동항은 정부의 어촌어항재생사업 이후에 중‧소규모의 민간투자가 이뤄지면서 어촌마을의 변화를 견인해냈으며 이 과정에서는 단순히 어항의 외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해양레저와 먹거리, 문화활동 등 다변화될 여건을 갖춰 나가고 있다.

연동항의 사례는 마을리더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한 명의 젊고 유능한 인재가 주민을 통합하고 마을의 미래를 변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어촌사회의 새로운 리더 발굴과 변화하는 마을경영을 위한 리더쉽에 대해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어촌사회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현재 어촌현장에서 활동하는 어촌계장 등 지역리더들의 헌신과 노력은 당연히 높게 평가돼야 한다. 다만 생산기반 중심의 전통적인 어촌마을 경영이 아닌 어촌산업과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를 읽고 대응할 수 있는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연동항은 지금 변화의 바람과 높은 배당소득으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정부지원으로 조성한 시설을 임대해 편하고 안정적인 소득원을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에 투입된 재원은 어촌주민들의 쌈짓돈이 아닌 국민의 혈세이고 공동체 마을사업의 취지에 맞게 적극적인 참여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와 어촌현장의 주민들은 마을사업의 준공과 동시에 모든 사람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 게임은 준공 이후 국민의 혈세로 투자받은 시설과 자원들을 제대로 운영·관리해 어촌마을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데서 시작된다. 바다의 프론티어로 어촌이 국민 모두가 함께하는 쉼터로, 어업인과 주민들이 상생하는 삶터로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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