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푸소’, 빈집을 기회로…마을호텔‧청년마을‧만원주택으로 마을 재생
지난해 농어촌 빈집 6만6000호
농어촌 공동화로 빈집 급증 전망
빈집, ‘공유재’로 인식 전환‧사회적 책임 강화해야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전남 강진군에 위치한 마을. 마을 곳곳에 관리되지 않은 빈집이 있어 마을 주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일부 빈집은 노후화가 심각해 악천후시 안전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주택도 있다.
전남 강진군에 위치한 마을. 마을 곳곳에 관리되지 않은 빈집이 있어 마을 주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일부 빈집은 노후화가 심각해 악천후시 안전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주택도 있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

월출산 국립공원 자락과 강진만을 함께 끼고 있는 강진군은 농촌과 어촌, 산촌이 어우러진 지역으로 여느 군단위 지방자치단체와 같이 인구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1995년 5만5042명이었던 인구는 지난해 3만2189명을 기록, 30년 만에 42% 가량 감소했다.

이같은 인구감소로 함께 대두되는 문제는 빈집의 증가였고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 16일 찾은 전남 강진군의 한 마을에서는 늘어나는 빈집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집을 둘러싸고 있던 담벼락이 무너진 집에서부터 문이 부서진 집, 말라붙은 넝쿨이 온 집을 감싼 집 등 사람이 손이 닿지 않은 집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전남 강진군에 위치한 마을. 마을 곳곳에 관리되지 않은 빈집이 있어 마을 주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일부 빈집은 노후화가 심각해 악천후시 안전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주택도 있다.
전남 강진군에 위치한 마을. 마을 곳곳에 관리되지 않은 빈집이 있어 마을 주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일부 빈집은 노후화가 심각해 악천후시 안전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주택도 있다.

 

# 늘어나는 빈집과 농어촌 공동화의 현주소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4개 부처는 최근 부처 합동으로 범정부 ‘빈집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빈집은 농어촌의 소멸 위기를 직접적이면서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기준 전국 빈집은 13만3469호로 조사됐으며 이 중 농어촌은 약 6만6000호에 달한다. 농어촌지역은 지속적인 인구 유출과 초고령화에 따른 자연감소로 빈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어촌의 빈집은 2022년 7060호에서 지난해 9226호로 빠르게 늘었다. 이러한 증가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빈집의 증가세에 맞춰 정부는 빈집의 정비‧활용과 안전확보 지원, 지자체의 빈집 정비 역량 강화, 민간의 자발적 정비‧활용 유도 등 4대 전략, 15개 추진과제를 담은 빈집 관리 종합대책을 내놨다. 다만 빈집 관리 방안은 보다 과감한 대책이 속도감 있게 마련돼야 한다. 어가인구와 어촌지역 인구의 고령화와 감소세를 감안할 때 당초의 전망보다 빈집의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 빈집으로 이어진 지방소멸의 그늘

빈집의 문제는 지방소멸이 가져오는 사회문제의 하나다. 마을을 지키던 고령의 부모세대가 사망하면 도시에 거주하는 자녀가 집을 상속받게 된다. 농어촌지역의 집은 재산으로써의 가치가 크지 않은 데다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도 않는다. 또한 집을 철거하는데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기에 현행 제도 하에서는 집을 상속받은 자녀가 돈을 들여 자발적으로 철거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농어촌의 집 중 상당수는 특수폐기물로 분류되는 슬레이트(석면)를 자재로 사용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철거작업 시 전문적인 절차를 요구하며 비용 역시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섬지역의 경우 해상물류비가 추가로 발생, 더 많은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빈집 소유주는 자연스럽게 집을 방치하게 된다.

문제는 빈집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다. 빈집은 범죄가 발생하는 장소가 될 수도 있고 마을 경관을 훼손시키며 환경오염도 유발, 지역사회를 멍들게 한다. 특히 지역의 공동화로 인해 늘어나는 빈집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심미적인 불안감을 조성해 공동체 붕괴를 가속화시킨다. 마을에 빈집이 늘어날수록 미관상 마을이 폐허처럼 변화하고 이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해당 마을 주민들이 마을을 이탈, 또 다른 빈집이 발생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에 방치되는 빈집 문제로 지자체의 고민이 커지고 있지만 빈집은 사유재산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빈집은 사유재를 넘어 공유재로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인 정책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진군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마련한 월세 1만원 주택의 내부 전경. 강진군은 이같은 사업을 통해 60가구 163명의 인구를 유치했다.
강진군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마련한 월세 1만원 주택의 내부 전경. 강진군은 이같은 사업을 통해 60가구 163명의 인구를 유치했다.

 

# 리모델링 통해 단돈 만 원에 빌려주는 빈집 정책

강진군 담당자의 안내로 리모델링 후 입주 전 빈집 사례를 찾아가는 길목 곳곳에 사람의 흔적이 없는 빈집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당장이라도 철거가 필요한 집부터 리모델링을 통해 활용이 가능한 상태의 주택까지 다양하다. 넓은 마당과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마을전경은 세컨 하우스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사심이 생기기도 한다.

이에 강진군은 관내 빈집 소유주로부터 정기적인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리모델링 가능한 주택과 이주를 희망하는 귀촌인을 매칭한다. 최대 5000만 원까지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되 소유주로부터 7년간 강진군청에서 무상임차 후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다. 빈집 소유주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주택을 재정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군은 최장 4년 동안에 강진군으로 주소지를 옮기고 거주할 귀촌인을 정착시키고 매달 만 원의 임대료를 받는 만원 주택을 제공한다. 강진군 빈집정책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며 다른 지자체에도 주목을 받는 이유를 한 발 더 들어가 살펴보고자 한다.

 

# ‘푸소(FUSO)’ 마을재생 전략과 다양한 빈집 플랫폼 방식의 결합

‘푸소’는 필링-업(Feeling-Up)과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로 마을에 머물며 따뜻한 시골의 정과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강진군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농어촌 체험·민박 프로그램이다. 조식과 석식 등 음식체험과 체험활동, 민박 등 강진 푸소 프로그램은 일반, 학생, 공무원, 일주일 살기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빈집이 밀집된 마을의 특성을 활용해 마을호텔과 일주일 살아보기(관광객), 청년마을(귀농), 만원주택(귀촌) 등 다양한 유형을 마련했다.

강진군은 빈집밀집지역의 플랫폼으로 농촌빈집재생지원사업(농식품부), 지방소멸대응기금(행안부), 도시재생(국토부) 등 여러 부처의 지원과 군비를 매칭해 지역소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빈집정책을 통해서 일자리와 주거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60가구, 163명을 정착시켰고, 지속적인 생활인구 유입을 통해서 소득원과 일자리 창출 등 마을재생의 도약을 이끌고 있다. 특히 청년과 여성들에게 농어촌민박과 식사제공, 체험활동 운영을 위한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주거문제와 일자리를 동시에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빈집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군의 행정력과 헌신이 밑바탕이 됐다. 특히 빈집 소유자를 설득하는 과정과 푸소 전략을 이끌어내는 행정력은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대목이다. 빈집과 유휴시설을 활용하는 다양한 기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여러 부처 지원사업을 효과적으로 묶어 낸 노력도 높게 평가할 대목이다.

# 차별화된 어촌형 빈집 대책에 대한 제언

도시, 농촌, 어촌에서 빈집의 표면적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지역 속성에 따라 마을재생 전략과 활용방안 기제의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 어촌이 갖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계절별 풍부한 먹거리는 높은 집객력과 소비구매력으로 도시민에게 매력이 있다. 하지만 빈집 소유주는 기대하는 지가 상승효과가 있기 때문에 공공분야에서 추진하는 빈집정책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은 빈집이 방치되지 않도록 정보공개 플랫폼, 철거비용 일부 지원, 활용모델 개발 지원 등 소위 당근책 위주로 마련되고 있다. 빈집을 공공재로 인식 전환과 방치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세금 부과 등 ‘채찍’에 대한 정책에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빈집의 거래를 촉진하는데 있어 이미 일본, 영국, 프랑스 등 많은 국가에서 상황에 맞게 빈집 관련 세제를 개편·도입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위해성이 큰 빈집을 관리하기 위해 과세특례를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영국은 빈집에 대한 재산세 중과세 정책 시행, 캐나다는 장기임대주택 재고를 늘리기 위해 빈집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편 빈집이 밀집된 어촌에 (가칭) ‘빈집 공익직불제’와 같이 공공 목적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도 마련돼야 한다. 빈집이 지역사회를 붕괴시키는 지표에서 어촌재생의 다양한 기제가 마련되고 청년에서 장년까지 누구나 어촌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 볼 수 있도록 빈집 대책과 관련 정책이 서둘러 정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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